산업 산업일반

"인수전 승패 가를 히든카드 뭘까"… 입찰제안서에 촉각

[현대건설 15일 본입찰]<br>동양종금과 손잡은 현대그룹 투자조건이 평가 변수 될듯<br>자금력 앞서는 현대차그룹 노조 반대가 '복병' 될수도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15일 인수가격 등이 포함된 입찰제안서를 채권단에 제출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 그룹 간의 사활을 건 물밑싸움의 결과는 채권단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특히 이들이 제출할 입찰제안서에는 막판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 분명해 그들이 던질 주사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누가 국내 최대 건설사의 새주인이 되느냐는 기본적인 관심은 물론 '범현대가'인 집안 간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주목을 끌었다. 게다가 이번 인수합병(M&A)의 결과에 따라 현대그룹의 진로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재계의 이목은 여전히 집중돼 있는 상태다. 이런 탓에 양측의 신경전은 요란했다. 현대그룹은 신문과 방송광고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과 현대차그룹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인수 후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 계획과 비전을 홍보하는 형태로 맞대응했다. "현대건설 새 주인의 적임자는 나뿐이다"는 양측의 주장이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그 공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예기치 않게 발생된 돌발변수다. 입찰 마감을 나흘 앞둔 지난 11일 현대그룹의 컨소시엄 파트너는 독일의 M+W그룹에서 동양종금으로 갑작스레 교체됐고 현대차그룹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M&A의 핵심인 자금력에 자신 없는 현대그룹과 노조까지 나서 인수의 '이면'을 지적하는 현대차그룹, 두 경쟁자들의 공방은 이제 채권단의 선택만을 남겨 놓게 됐다. ◇현대그룹, 막판에 컨소시엄 파트너 교체=현대그룹의 부족한 '실탄'은 본입찰 마감을 코앞에 두고 컨소시엄 파트너를 교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현대그룹과 함께 인수의지를 보였던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업 M+W그룹 역시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상태라는 의혹을 받아온 터에 아예 컨소시엄 불참 결정이 알려지면서 힘의 균형이 확실히 깨진 것으로 보였다. 이때 현대그룹이 던진 카드가 동양종합금융의 재무적투자자(FI) 참여. 동양종금은 현대상선의 주식과 컨테이너선 등을 담보로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컨소시엄은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와 동양종금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동양종금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고 해서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양종금이 거대 기업의 M&A전에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면 이에 상응할 댓가를 약속 받았을 것이고 이 점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가 '승자의 저주'까지 언급하며 자금조달 측면을 부각시킨 만큼 동양종금의 투자조건 등도 중요한 심사 대목이 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비가격요소' 현대차그룹에도 적용되나=자금 동원력에서 걱정이 덜했던 현대차그룹은 '베팅'에 대한 부담이나 변수에 대한 우려는 없는 편이다. 현대차만 5조원,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력계열사까지 포함하면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현대차 외에 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 무차입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기아차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노조의 반대다. 자동차 노조는 물론 계열사 노조까지 나서 '현대건설 인수의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복병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등 현대차그룹 소속 11개 계열사 노조 대표단은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실제 목적은 우회상장과 지분매각을 통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편법적으로 경영승계를 하려는 데 있다"고 주장하며 인수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또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가 강조한 '비가격 요소'가 현대차그룹에도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의 도덕성과 고용안정성이 배점에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경우 감점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갖가지 변수가 난무한 상황에서도 양측은 일단 자신감에 넘쳐 있다. 현대그룹은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강조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입찰제안서 마감 후 수일 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뜨거웠던 경쟁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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