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AI 전국 확산 비상] 효과 없다던 '스탠드스틸' 발동 … 뒷북 방역 도마에

바이러스 수평이동 막으려 방역대 지키기 급급

가창오리 이동경로 모른채 뒤늦게 GPS 부착도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스탠드스틸)은 축산 업계의 '계엄령'으로 불린다. 계엄령이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의 자유를 통제하는 정부의 권한이라면 이동중지명령은 일정기간 모든 축산농가의 이동과 설비 가동을 중단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동중지명령은 가급적 발동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중지기간에 닭·오리 출하 지연에 따른 추가 사료비, 상품성 저하 등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이동중지명령=그런데 지난 26일 밤 전격적인 이동중지명령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오후2시까지만 해도 방역 당국의 공식 설명은 "이동중지명령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방역 당국은 그 근거로 "현재까지 발견된 AI가 농가 간 수평전파가 아닌 야생철새에 의한 산발적 발생이라는 특징을 지닌다"는 점을 들었다. 이동중지명령이 주로 바이러스의 수평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인 만큼 야생철새를 통한 전파를 막는 데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이미 충남과 경기도 지역 농가에 대한 소독조치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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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역 당국은 오후9시40분께 느닷없이 기자들에게 "긴급 브리핑을 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약 1시간 후 경기, 충남·북, 대전, 세종 지역에 이동중지명령을 발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종합해보면 이날 저녁부터 이동중지명령 발동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후2시부터 저녁까지 방역 당국의 상황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시간 동안 추가로 AI 감염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도 없고 철새 도래지에서 폐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없었다. 아무런 상황 변화 없이 갑자기 이동중지명령에 대한 입장이 급변한 것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가축방역협의회의 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동중지명령의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방역의 핵심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이동중지명령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동중지명령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장관이나 그 윗선의 결정이 아니면 내려질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축산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동중지명령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뒷북' 환경부 =방역 당국의 '뒷북'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야생철새의 보호를 담당하는 환경부다. 환경부는 이번 AI의 진원지로 의심 받는 가창오리에 대한 이동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게 20일인데 그로부터 6일이 지난 26일에야 이동 경로 파악을 위한 GPS(위치파악시스템)를 달았다. 가창오리가 사람의 접근에 민감한 동물이어서 GPS 부착이 쉽지 않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지만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부랴부랴 작업에 나선 인상이 짙다. 이뿐 아니다. 환경부는 AI가 발병한 가창오리와 큰기러기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한 언론의 질의에 재대로 대처를 못한 채 몇 시간이 지나서야 자료를 배포하는 행태를 보였다. "야생철새가 이번 AI의 주 원인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정작 야생철새의 이동 경로조차 모른 채 방역대 지키기에만 급급한 방역활동을 해왔다는 얘기다.

축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평이동을 통한 방역대 사수에만 신경 쓰다 보니 야생철새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이번 AI 사태 종료 이후 방역 매뉴얼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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