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일] 줄줄 새는 세금

“빌라 매도가가 2억4,000만원인데 2억8,000만원까지 업계약서를 써준다니까 이것으로 사시죠. 주변 재개발 이주수요가 몰리면 수천만원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세금 한 푼 안내고 1년에 20~30% 수익도 가능합니다.” 요즘 재개발ㆍ뉴타운 이주 수요가 몰리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곳에서는 아파트에 비해 입지와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검증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허위계약서 작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앞서의 예처럼 2억4,000만원짜리 주택을 2억8,000만원에 업계약서를 쓰고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집값이 1년 내 2억9,000만원정도까지 올랐을 경우 세금과 수수료, 수리비 등 제반 비용까지 감안하면 세금 한 푼 안내고 5,000만원 차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익이 전혀 남지 않은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계약서를 썼다면 매수인은 차익의 50%인 2,500만원 정도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런 업계약서가 만연하는 일은 토지시장에서는 더 흔한 일이다. 토지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약서가 성행하면 그 지역의 집값이 실제 시세보다 오른 것처럼 돼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세상승과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반대로 대규모 입주초기 아파트단지에서는 다운계약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고 팔면서 양도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도인이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허위계약서가 만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위계약서를 쓴 매수ㆍ매도인에게는 벌금이 부과되고 중개업소에는 영업취소라는 제재책도 있지만 실제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만 해도 양도세의 탈세가 심한데도 당정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 단계는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의 대폭 완화를 뜻한다. 수혜층이 부자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감세안을 추진할 때는 탈루 세금을 줄여 세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래 성장동력에 쓸 재원이나 복지 예산 등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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