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음료업계만큼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와닿는 업계도 드물 것이다.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으로 시작된 2004년은 만두 파동과 아질산염 파동, 원자재 가격 급등, 식품위생법 개정안 제기 후 가시화된 ‘식(食)파라치’ 논란까지, 보기 드물게 파장이 큰 악재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업체들에게 시름을 가득 안긴 한 해로 기억된다.
불경기를 타개할만한 히트 제품도 드물었다. 전반적인 매출 하락 속에 그나마 상위 브랜드들이 간신히 시장을 견인하자, 대다수 업계는 신제품 출시를 통한 ‘공략’보다는 ‘수성’에 바쁠 수 밖에 없었다.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일본 아사히맥주의 해태음료 지분 인수, CJ의 신동방 전분당사업 인수 등 향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굵직한 인수ㆍ합병도 올 한해 업계를 달궜다.
◇줄줄이 매출 감소 속 빙과만 ‘쾌청’= 먹거리 관련 일련의 파동을 겪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공식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관련분야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육가공업계는 올해 1%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으며, 무균밥 등 편의성을 강조한 즉석가공식품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올해 마이너스 10%나 뒷걸음질 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자시장도 예년에 5% 이상의 신장세에서 올해는 제자리걸음에 그쳐 불황의 골을 실감케 했다.
다만 무더위가 지속된 여름과 포근한 겨울 등 날씨 요인 덕분에 빙과 시장은 지난해 9,010억원에서 올해는 15% 가량 성장, 시장규모 1조원 돌파도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표적인 ‘불황 식품’으로 알려진 라면은 9%대의 신장세를 유지해 1조,5,000억원 시장을 형성했다.
음료 시장은 상반기 아미노산 음료의 호황 등으로 호조를 기록하다가 하반기 이후 급속도로 위축돼 전년비 3%대 성장에 그쳤지만, 웰빙 트렌드를 반영하듯 녹차와 생수, 비타민 등 기능성음료는 각각 30%, 20%, 15% 가량의 고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을 넓혔다.
◇내년에도 답답하다= 내년도 시장 전망도 결코 밝지는 않다.
식품안전에 한껏 예민해진 소비자들과 경기 침체로 즉석식품업계는 내년에 기껏해야 현상유지, 또는 5% 가량의 역신장까지 예상된다.
다만 육가공업계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원가 상승의 파고를 넘어, 하반기부터는 1~2%의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과자 시장도 내년에는 2~3%대 저성장이 가능하리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음료 시장도 2~3%의 신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계속되는 기후 온난화현상으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빙과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빙과 시장은 1조1,000억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 ‘불황 음식’인 라면 역시 소비가 주춤할 것은 각오하고 있지만, 올해에 이어 주력 브랜드 위주의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소비를 붙잡아, 1조6,000억원 선까지는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유업계의 경우 내년에도 시장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음료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우유 부문에서는 우유 소비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학교 급식등 대형 수요처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상당수 업체는 성장의 차기 동력으로 해외 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화 시장인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내년도 화두를 ‘국제화’에서 찾으며 본격적인 미주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있으며, 제과업계에서도 오리온이 해외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른 업체들도 해외 틈새 시장 공략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며 내수시장의 침체를 상쇄시켜 줄 새로운 활동무대 개척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