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순애 "요리엔 나눔과 사랑이 담겨있어야"

'서른살의 레시피' 출간 맞춰 방한<br>김 순 애 美 '코티지&리뷰' 편집장


“헨젤과 그레텔이 집을 잃지 않으려고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숲을 걸어간 장면에서 착안해 나의 젊은 시절을 요리와 엮었다.” 1973년 세 살 때 인천의 시장통에 배고픈 채 버려졌던 한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돼 소설가이자 푸드칼럼니스트가 돼 한국을 찾았다. 타임워너 계열사인 타임링크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생활잡지 ‘코티지&리뷰(Cottage&Review)’의 요리 부문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순애(37ㆍ사진)씨가 그 주인공. 20대의 삶과 사랑을 요리법에 녹여낸 ‘서른살의 레시피(황금가지 펴냄)’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는 “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음식이 주는 의미는 중요하다”며 “배고픔이란 인생에서 모자란 부분을 찾아간다는 의미로 고아로 버려졌던 과거의 상실감을 이제 음식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에서 양부모와 함께 지낸 후 17세에 집을 떠나 유럽을 떠돌아 다니며 정체성을 찾고 있다는 그는 “아직도 집이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찾지는 못했지만 자신에 대한 철학과 관념이 강한 사람은 그 사람이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사들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맛을 보고, 글을 쓰고, 차려진 음식을 촬영하는 것이 하루 일과인 그는 “최고급 요리부터 길거리 군것질까지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며 말했다. 그는 이어 “요리는 정해진 레시피를 완벽하게 따라 한다고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여러 음식을 놓고 함께 나눠먹는 한국식 밥상문화가 그래서 좋다”고 음식에 대한 철학을 소개했다. 책은 스웨덴 21세 때 스톡홀름에서 17세 연상의 프랑스 사업가인 올리비에 보송 록시탕 창업자와 만나 10여년간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많은 부분 할애돼 있다. 그는 “올리비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유명인이 아니었고 단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로 만났을 뿐”이라며 “20대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며 올리비에는 음식 레시피만큼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어 현재진행형 문체로 글을 썼다는 그는 “어느 나라의 엄마이든 자기 자식을 버리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지금 친부모와 오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설사 찾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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