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문제로 파행 운영되는 사학법인에 파견된 관선 이사의 권한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4일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 전 국회의원 등 옛 상지대 재단 측이 “교육부에서 파견한 임시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 측이 정이사를 선출한 지난 2003년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동안 관선 이사는 정이사 선임 등 학교 경영권을 사실상 좌우하는 권한을 행사했지만 법원은 기존 이사진의 의견을 배제한 일방적 결정은 무효라고 판단해 주목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비리 학교법인 설립자의 법적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종전 대법원 판례와는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따라서 최종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시 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선임하는 임시적 위기 관리자이므로 그 권한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임시 이사가 종전 이사진의 의사를 배제한 채 정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학교 경영권 박탈과 지배구조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으로 임시 이사의 권한 밖”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개정 전 구사립학교법에 의한 판결로 구법에는 임시이사의 해임 및 정이사의 선임 등 학교법인의 정상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에 관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 그러나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사립학교법(25조3)에 따르면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정이사 선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김문기씨의 재산 출연으로 설립된 상지대는 92년 교내에서 한약재료학과 폐지와 전임강사 임용탈락 문제 등으로 분규가 일어나고 이듬해 이사였던 김씨도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기존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를 맞았다.
93년 5월 교육부에서 파견한 임시 이사 10명은 2003년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