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실시된 18일 전국 8백28개 시험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 선배를 격려하기 위해 몰려든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열기가 입시한파를 녹였다.추운 날씨를 감안해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수험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고사장에 속속 도착, 그동안 닦아온 실력을 한껏 발휘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군과 경찰은 주요 지하철역 주변 등에 순찰차와 사이드카를 배치, 수험생 수송작전을 펼쳤고, 오토바이 특송업체들도 지각수험생 수송을 도왔다.
0...서울 과학고, 중앙고, 대신고 등 5개 고교 1천6백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시험장에는 새벽 6시부터 학교 후배들이 나와 꽹과리, 북, 징 등을 동원,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중앙고 2학년 학생 30여명은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 목동' 등 응원가와 교가를 목이 터져라 외쳐 부르며 선배들을 격려했다.
대신고 신문반 써클 학생들은 대형 종이에 구멍을 뚫어 `합격의 문'이라고 이름붙여 선배 수험생들을 통과시켜 수험장에 입장토록 했고, 요즘 유행하는 개그용어인"왕입니다요" "합격 못하면 몰매" "대신고 신문반 앞에서 수석을 논하지 마라"는 문구를 대자보에 써붙였다.
서울 과학고에서는 예비수험생인 2학년생 학부모 10여명이 새벽 5시부터 학교정문에 나와 초콜릿, 귤, 건강차 등을 손수 준비해 수험생들에게 나눠져 눈길을 끌었다.
0...반포고, 진선여고, 현대고, 언남고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른 서울 압구정동신사중학교에서도 1,2학년생 후배 80명 가량이 나와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열띤응원전을 펼쳤다.
수험생 학부모들은 입실완료시간이 지난후에도 수험장을 떠나지 않고 닫혀진 정문앞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자식들의 좋은 성적을 기원,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신사중학교 앞에는 삼성자동차 압구정지점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직원들이 나와 커피를 수험생들에에 나눠주면서 논술, 면접 고득점 전략을 주제로 한 안내전단과 자동차고객 대축제 응모신청서를 함께 나눠주는 등의 상술을 발휘하기도 했다.
0...수험생중 일부는 시험일을 맞아 갑자기 다치거나 병이 나는 바람에 119구조대에 의해 실려 오거나 진통제를 맞으며 시험을 치르기도 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여의도 윤중중학교에서는 입실완료 마감을 20여분 남겨둔 오전 7시50분께 재수생 李殷淑양(19.안양 명화예술고 졸업)이 119 구조대에 실려 수험장에 들어와 눈길을 끌었다.
李양은 이날 새벽 3시께까지 공부를 하다 빈혈로 쓰러지면서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대림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중 119 구조대로 실려오게 됐다.
李양은 양호실 침대에 누워 양호교사 입회하에 시험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허리 통증이 워낙 심해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오전 8시45분께 다시 병원으로실려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요로 결석을 앓고 있는 동일여상 졸업생인 鄭秀姸양(20)은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은 상태로 양호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0...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중학교 앞에는 시험 4시간여전인 새벽 4시30분께부터 중산고, 단대부고 등 고교 재학생 50여명이 몰려나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선배들에 대한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중산고 1,2학년 학생들은 교복 외투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2주전부터 연습한 레게 리듬이 가미된 응원가를 부르며 선배들의 건투를 기원,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학교정문이 닫힌 직후인 오전 8시26분께 수험생 金基慶군(18.강남공고 3년)의 어머니 李성자씨(44)가 순찰차를 타고 도착, 아들이 집에 두고간 주민등록증과수험표를 가지고 고사장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가 보는 다른 학부모들의 마음을 조리게 했다.
0...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바로 옆에 위치한 천주교 혜화동성당에는 자녀들을 수험장에 들여보낸 학부모 20여명이 성모마리아상 앞과 성당 안에서 자식들을위한 기도에 몰두, 애타는 부모의 심정을 대변했다.
성당측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감안, 성당을 개방하고 마리아상 앞에 촛불을준비하는 등 학부모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이날 아침 아들을 수험장에 들여보낸 뒤 곧바로 성모상 앞에 선 한 어머니는 "아침 7시에 나와 기도를 드리고 있다"며 "아들이 시험을 끝낼 때까지 자리를 뜨지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0...장애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고사장인 서울 여의도중학교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56명과 시각장애인 30명이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하거나 부모의 부축을 받으며 고사장에 입장, 장애 특성별로 마련된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학교측은 특히 몸을 가누기 힘들어 대필자가 필요한 지체장애인 수험생 4명을위해 별도의 교실을 준비,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한쪽 손을 제대로 못쓰는 金용민군(17.서울 대신고3년)은 "꼭 좋은 결과를 얻어평소 하고 싶었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밝혔고, 어머니가 장사를 하는 관계로 혼자 나온 유현양(19)은 "나같은 약시자들을 위해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0...이날 여의도 윤중중 시험장 정문에는 영등포여고 생물반 1학년 학생들이 동이 트기도 전에 나와 시험장 정문에 흰색 실험복 2벌을 걸어놓아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실험복에는 붉은 페인트로 `생물 합격', 수능시험 만점인 `400'이라는 글씨가적혀 있었는데 수험생 언니들에게 색다른 자극을 주기 위해 곧 폐기처분될 실험복을걸어놓았다고 학생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