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문 거대 유화처리시설 완벽 시공에 조기완공/동남아에 「한국 건설혼」 심었다/태 초기 기술력불신… 협력사와 합심 공기 한달단축/무재해 2,000만인시 위업도… 현지 수주확대 물꼬 터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동남쪽으로 약 2백여㎞ 달리다 보면 라용이란 지역이 나타난다. 라용지방은 휴양지로 유명한 파타야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지역에 맙타풋석유화학공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의 울산에 비유되는 이 단지는 전체 부지면적이 3백만평에 달하는 이나라 최대의 석유화학공업단지다. 아직도 한참 공단조성이 한창인 이곳은 곳곳에 거대한 석유화학공장과 하늘높이 치솟은 굴뚝, 그리고 직경이 수십미터에 달하는 제품저장탱크가 어우러져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태국 중화학공업의 핵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맙타풋단지의 한가운데 선경건설이 건설한 ATC(Aromatic Thailand Company)공장이 들어서 있다.
현장 입구에서 엄격한 몸수색을 받은 후유화공장이기 때문에 성냥, 라이터, 담배 등 각종 인화물질은 입구에 모두 맡겨놓고 들어가야 한다ATC현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공장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리쬐는 햇볕으로 30도가 넘는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거대한 모습으로 줄지어 서있는 은빛 유화처리시설들이 마치 공상영화에 나오는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ATC현장의 공사규모는 총 5억달러로 12만2천여평의 부지에 석유화학제품생산시설 및 저장탱크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시설이 가동되면 연간 23만2천톤의 벤젠과 톨루엔 5만2천톤, 자일렌 35만6천톤등 총 64만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선경은 작년말로 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며 지금은 최종적으로 공장시설을 발주처에 넘겨주기 전 시운전과 막바지 시설점검이 한창이다.
원래 이 공사를 수주했던 업체는 일본의 지오다사였다. 그러나 태국정부가 중간에 공단지역을 변경하면서 91년 재입찰을 실시, 선경이 미국의 베저·일본의 닛쇼와이사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이 공사에는 선경외에도 S·H·D사도 함께 참여했으나 중도에 탈락하고 결국 지난 94년초 선경컨소시엄이 최종 시공사로 확정됐다.
물론 수주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원시공사였던 지요다사가 막판에 덤핑입찰함으로써 자칫 시공권을 넘겨줄뻔 했던 것. 그러나 결국 최종 선정과정에서 선경의 플랜트시공기술력이 인정돼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ATC공사는 베저·닛쇼와이사와 컨소시엄으로 따내긴 했지만 사실상 선경의 독자적인 사업이나 다름없는 공사다. 베저사의 경우 기본설계를 맡았고 닛쇼와이사는 자금조달을 책임지고 있을뿐 대부분 공정이 선경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선경건설에게 ATC공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수행한 플랜트공사로는 최대규모에 해당하는 것인데다 대부분 공정이 선경의 자체기술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플랜트사업을 특화하려는 선경의 의지가 ATC현장에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경이 ATC공사를 성공리에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에서의 유화플랜트공사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사실 우리 업체들은 지금까지 태국내 건설공사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태국정부가 외국업체들의 진출은 받아들이면서 그들 업체들이 이익을 남기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사후 남은 자재들은 시공사 소유가 아니라 모두 태국정부에 귀속되는 독특한 규정이 있어 업체들로서는 공사후 남은 자재를 고스란히 손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그동안 동남아건설시장에서 업체간 무리한 수주경쟁을 펼치다 보니 이익을 남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공기내에 공사를 끝마치기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H·S사등 맙타풋공단내에서 공사를 수행중인 국내 업체들은 플랜트공사를 하면서 제때 공사를 마친 예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ATC현장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당초 현지업계는 일본이나 유럽의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았던 선경이 이 공사를 공기내에 마칠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같은 현지 업계의 예상은 빗나갔고 선경은 예정된 공기 36개월보다 1개월 앞당긴 35개월만에 공사를 마쳤다. 물론 이는 완벽한 시공과 철저한 공사관리가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경의 ATC현장이 가장 큰 자랑거리로 삼는 것은 공사현장의 안전문제다.
선경은 이 현장에서 무려 2천2백70만인시를 달성, 그전까지 국내 최장기록이었던 1천2백만인시의 두배가까운 무재해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세계최장의 무재해 기록일 것이라고 이회사는 자랑한다.
더욱이 공사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유화시설 공사에서 이같이 전무후무한 무재해기록을 달성함으로써 「선경=안전시공」이라는 인식을 현지에 강하게 심게 된 것이다.
선경의 무재해기록에 대한 평가는 태국 현지 언론의 평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방콕포스트지와 더 네이션지등 현지의 유력일간지들은 올초 선경의 2천만인시 돌파기념행사를 대서특필하면서 사설을 통해 선경건설의 무재해기록이 「세계건설사에 값지고 소중한 기록」이라고 극찬했다.
또 이 사설은 선경의 기업이념인 「SUPEX(SuperExcellent)」를 소개하면서 태국기업들이 세계일류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 정신을 배울 것을 강조했다.
한편 선경은 ATC의 성공적인 시공으로 태국등 동남아시아지역 공사 수주전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하자율이 맙타풋공단내 현장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특히 무재해기록이 앞으로 동남아지역에서 신규발주되는 플랜트공사 수주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경은 인근 NFC플랜트공사에서 경쟁업체보다 더 높은 공사금액을 써넣고도 시공권을 따낸 바 있고 7억∼8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말레이시아 케르트석유공사 프로젝트에서도 국내업체로서는 유일하게 PQ(사전심사)를 통과했다.
E&C(Engineering & Construction)화에 성공, 국내 최고의 플랜트공사 시공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경건설은 이제 ATC현장에서의 대형 플랜트공사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세계 플랜트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라용(태국)=정두환>
◎정해원 ATC현장 소장/“파견 직원들 휴일도 밤낮도 잊은채 업무… 세계적 플랜트사로 도약 다짐”
태국 ATC현장의 정해원 소장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안전」을 꼽는다. 안전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우수한 품질의 시공이 나올수 없다는 것이 그의 현장지휘의 첫번째 원칙이다.
선경건설 본사 근무당시 안전담당 임원을 맡기도 했던 그에게 ATC 시공중 애로점과 앞으로 선경의 건설전략을 들어보기로 한다.
뒤늦게나마 무재해 2천만인시 달성을 축한다. 선경의 ATC현장의 무재해기록은 한국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됐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의의는.
▲선경의 무재해 2천만인시 달성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초유의 기록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태국 건설시장에서 무재해기록을 달성하면서 맙타풋공단내에서 유일하게 공사를 기간내에 마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수주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유수업체들과 경쟁해서 공사를 수주했고 또 태국내에서는 드물게 공기를 앞당겨 완공할 수 있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E&C화의 성공이 그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 구매, 시공, 운전이 일관된 지휘 아래 일체가 돼 불필요한 착오를 막을 수 있었다. 또 시공팀을 중심으로 이를 설계에 반영, 자재를 직접 시공일정에 맞춰 공급함으로써 조기완공이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선경의 기업이념인 SUPEX를 현지 근로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현지화에 성공한 것도 우수한 품질을 확보한 계기가 됐다.
문화가 다른 현지인을 지휘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으며 또 그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
▲태국 현지 근로자들의 숙련도 및 업무의 강도가 우리보다 뒤떨어진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면서 보여주는 길 밖에 없었다. 실제로 현장에 파견된 선경 직원 대부분이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현지 근로자들도 이를 이해하고 융화되었다. 우수 업체및 근로자에 대한 포상제도도 큰 도움이 됐다.
이번 공사의 성공적인 수행을 계기로 최소한 플랜트분야에서만은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선경건설이 추구할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TC공사를 계기로 석유정제 및 화학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했다고 본다. 이제는 기존 석유화학 플랜트에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사업분야까지 영역을 확대, 세계최고의 플랜트회사로 거듭날 것이다.
이밖에 지금까지 동남아중심으로 이뤄졌던 시장개척도 중국·베트남 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