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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서 날아간 우승… 울어버린 16세 장수연
입력2010.09.05 16:14:55
수정
2010.09.05 16:14:55
| 5일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던 장수연(오른쪽)이 경기위원회 측으로부터 2벌타를 받게 됐다는 얘기를 듣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화성=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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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녀의 볼에는 빗물에 섞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우승이 룰 판정 때문에 눈앞에서 날아가는 아픔을 담담히 넘길 수 있을 거라 예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추천 선수로 출전한 국가대표 상비군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1)은 5일 경기 화성의 리베라CC 파인힐ㆍ체리힐 코스(파72ㆍ6,50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4회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총상금 3억원)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를 적어낸 2위 이정은(22ㆍ호반건설)을 2타 차로 제쳤다.
프로 언니들의 시원한 생수 축하세례를 받을 때까지는 장수연의 우승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던 장수연은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규칙 위반으로 15번홀(파4) 스코어에 2벌타를 더해야 한다는 것. 김 위원장은 “그린을 놓쳤던 이 홀에서 세번째 어프로치 샷을 하는 동안 그린 가장자리에 놓인 골프백을 치우지 않았기 때문에 정렬 등 경기에 도움을 받았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15번홀 스코어를 파에서 더블보기로 고치면서 졸지에 이정은과 동률이 돼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골프규칙 8조 2항은 ‘퍼팅 그린 이외의 곳에서 플레이어는 스트로크 하는 동안에는 플레이 선 또는 그 연장선 위에나 그 선 가까이에 아무 것도 세워둬서는 안 된다. 플레이 선을 지시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놓아두었거나 플레이어의 승인 하에 놓여진 마커는 스트로크 하기 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5번홀에서 세번째 샷을 할 당시 골프백은 장수연이 어드레스 했을 때 정면 3m 가량 되는 지점에 놓여 있었다. 캐디로 나선 아버지가 세워 뒀던 것. 갤러리의 제보를 받은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타깃을 겨냥할 때 다른 클럽을 지면에 내려놓고 스탠스를 맞추는 것과 같이 경기에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해석하고 2벌타를 부과했다. 일부 대회 관계자 및 관람객들은 룰 적용에 있어 고의성이나 의도성 유무를 참작할 것을 기대했지만 경기위원장의 판정은 “경기에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판정을 두고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모자 챙에 가려 정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골프백은 모자 챙이 있어도 충분히 보이는 위치였고 타깃라인과 평행하게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수연은 지난주 LIG클래식 국가대표 배희경(18ㆍ남성여고3)에 이어 15년 만의 2주 연속 아마추어 우승에 바짝 다가섰었다.
-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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