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핸 수출의 해… 100만대이상 판다”(PC산업)

◎국내시장 포화… 갈고 닦은 경쟁력 바탕 해외공략 총력/삼성전자­미 AST사 글로벌생산기지 이용/노트북PC 30만대 판매 목표/삼보­데스크톱 25만대·주기판 130만개/미 조립PC시장에도 진출 계획/LG전자­노트북PC 미 DEC사에 월 1만대 공급/대우통신­동구 등 30만대… 해외생산체제 구축「올해는 수출의 해.」 지난해부터 수출활동에 시동을 걸어온 국내 대형PC업체들이 새해를 시작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현대전자 등 국내 컴퓨터 빅메이커들이 올해 목표로 하는 수출량을 합산하면 무려 1백만대가 넘는다. 이는 올해 국내 예상 PC판매량이 2백10만∼2백30만대임을 감안할 때 과도한 감도 있지만 그만큼 업체들이 수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올해는 국내 PC산업이 내수형에서 수출형으로 탈바꿈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시험무대의 성격을 띨 전망이다. 또 올해로 PC의 해외생산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94년 미국 컴퓨터업체인 AST의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첫 해외생산시대를 연 이후 삼보컴퓨터와 대우통신이 올 상반기 중 각각 중국과 우즈벡공화국에 해외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대형 PC업체들이 이처럼 해외시장을 겨냥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 PC시장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PC산업은 라이프사이클에 비춰볼 때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과 유통망 전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국내 PC보급현황」에서 3가구당 1대꼴로 PC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PC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가 PC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국내PC업체들은 판매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PC업체들은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판매시장의 지속적인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PC업체들이 국내시장을 넘어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수만이 이들 업체들의 수출활동에 자극제로 작용한 것은 물론 아니다. 국내 PC제품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세계시장에서 어느정도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는 자기점검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시장규모상 세계 6위에 랭크돼 있는 국내PC시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이제는 해외시장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내PC업체들은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PC부문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올해를 수출확대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세계 유수의 전문잡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노트북PC의 수출에 전념하고 있다. 수출목표량은 지난해 7만대보다 4배이상 증가한 30만대. 삼성은 특히 해외시장의 거점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현지 자회사인 AST를 정상화하기 위해 미 보유지분(51%)에 대한 공개매수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같은 결정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해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AST의 빠른 회복이 PC사업의 세계화에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AST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스웨덴 말레이지아 등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1백여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어 이를 충분히 이용할 경우 삼성이 세계적인 PC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일본·캐나다 등을 대상으로 자체브랜드 데스크톱PC 15만대를 수출한 삼보컴퓨터는 올해로 25만대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삼보는 미국 현지법인인 TGA를 통해 미국 조립PC시장은 물론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하고 올 1·4분기 중에 설립될 중국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시장을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또 그동안 PC와 함께 수출 주력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주기판(마더보드)도 올해 1백30만개 이상을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PC사업을 합작사인 LG IBM PC로 이관한 LG전자는 미국의 DEC사와 노트북PC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오는 3월말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으로 미국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공급물량은 월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통신은 펜티엄 노트북PC를 중심으로 활발한 수출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구지역 등의 데스크톱PC 10만대를 포함 30만대의 수출은 가능할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우즈벡공화국을 비롯한 동구지역과 동남아지역의 해외생산체제를 구축, 본격적인 PC해외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전자는 호주·중국·일본·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데스크톱PC 5만대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우리나라 PC업체들의 생산규모상 해외 진출의 확대는 당연한 결과』라며 『올해 수출 결과에 따라 국내 PC산업의 발전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는 국내PC업체들이 수출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한해가 될것 같다.<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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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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