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업자본 은행업 진출 무위로 끝날 가능성

■ 금감원, 보험 은행업 겸업 논의 중단<br>"법 개정해야 될 사안" 당국, 정부에 떠넘겨<br>보험사 은행업 겸업에 재경부 반대입장 확고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사의 은행업 겸업 문제를 은행법을 개정해야 풀리는 문제라는 이유로 논의를 중단한 것은 민감한 사안을 재정경제부로 돌리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혀 결국 보험사를 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은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는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을 사들일 국내 자본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에다 재벌 그룹의 오랜 염원이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지난 1929년 대공황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탁에서 발생했고 그후 세계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규제하는 여건에서 한국정부와 감독당국이 조그마한 틈이라도 열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어느 회사를 인수했을 때 그 회사에 조그마한 은행이 딸려 있는 것을 파악하고 곧바로 조사에 들어가 회사 인수를 포기하든지 은행을 털어내라고 명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험업계로부터 은행 소유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를 받고 어슈어뱅크 도입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발이 거센데다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막고 있는 현행 은행법 개정문제로 인해 도입을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강영구 금감원 보험감독국 부국장은 “보험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어슈어뱅킹 도입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으나 금감원 차원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면서 “재경부가 최종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을 보유한 은행지분을 4%로 제한하고 인수지분도 10%도 제한하고 있다. 재경부가 어슈어뱅킹을 허용하면 은행을 자회사로 두거나 은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보험사 중심의 지주회사들이 대거 생겨날 수 있다. 은행권은 보험업계가 방카슈랑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은행업 진출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단지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지 보험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산업자본ㆍ오너들이 은행까지 보유할 경우 사금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들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이 대주주였던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면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가 가져왔던 폐해 등을 거론했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G와 SK그룹은 사실상 금융사업에 실패한 케이스”라며 “산업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은행들이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자회사로 두면서 손쉽게 영역을 침범하는 와중에 방카슈랑스까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전면적인 은행업은 아니더라도 제한된 입출금 업무는 허용해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는 또 어슈어뱅크가 도입되더라도 은행에 직접적인 타격이 바로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행 보험법상으로도 보험 대주주가 산업자본이거나 비금융주력자만 아니면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으나 현재 재무구조상 은행을 인수하기에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은 증권ㆍ자산운용ㆍ보험 등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비은행계열의 소형 증권사와 소형 보험사들이 타격을 많이 입겠지만 결국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들도 점차 은행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권역별 영역을 장기적으로 허물어뜨려야 한다”면서 “뜨거운 감자에 대해 정부기관들이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해 동안 방카슈랑스 2단계의 실시방안을 놓고 은행과 보험업계간의 치열한 로비공방에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최종안 결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후 연초에 겨우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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