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재건축제도 `오락가락` 정부정책 신뢰도 바닥

“은마아파트 리모델링이요? 정권 바뀌면 재건축 될 텐데 리모델링을 왜 합니까.”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쏟아내는 재건축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일대 중개업소나 수요자들 중 재건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시장 상황이나 정치적인 여건이 바뀌면 얼마든지 재건축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의 재건축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관성 없는 재건축제도는 주택 시장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관성 없는 정책의 대명사= 대부분의 주택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재건축 정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재건축은 주택의 노후화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7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이후 93년까지 재건축은 폭발정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97년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게 위해 안전진단 절차를 대폭 강화한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으로 다시 급속히 감소했다. 이후 99년 주택건설촉진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절차가 간소화되고 조합원 구성기준도 완화되면서 재건축이 급증세로 돌아섰고 2000년 도시계획법시행령 개정으로 용적률이 축소되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택도시연구원 윤영호 박사는 “아파트 재건축은 아파트 노후화 보다는 정책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다”고 지적됐다. ◇도시계획에도 악영향= 강서구 일대는 단독ㆍ연립 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홀로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평수를 넓힐 수 있어 집주인들이 선호한 데다 소규모 재건축은 안전진단 허가 등 절차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도시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지는 나홀로 아파트는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부족을 초래해 주민 생활에 불편을 준다. 용적률도 일관성이 없다. 저밀도 아파트 지역은 용적율이 250~280%에 달하는 반면 종 세분화 이후 추진되는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이 이보다 훨씬 낮다.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 역시 차이가 난다. 수원시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의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이 280%, 2종은 250%로 결정했다. 이는 서울지역 용적률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일관성 있는 재건축 정책 시급= 수원의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자인 C씨는 자신의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해서 깜짝 놀랐다. `서울기준`으로는 불가능한 안전진단이 통과됐기 때문. 안전진단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튼튼한 아파트라도 20년 이상 될 경우 쉽게 안전진단을 통과한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이 같은 일관성 없는 재건축 관련 규정들을 대폭 정비했지만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전진단 및 사업승인 등이 일관된 계획에 의해 재건축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년이 넘으면 무조건 재건축을 할게 아니라 관리 및 유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 아파트 사용 연한을 늘려야 한다. 또 단독주택지 등은 용적률을 낮게 유지하는 선에서 재개발을 해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제는 주택정책이 재건축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가 많아졌다”며 “문제가 터지면 땜질식으로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미리 노후 아파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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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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