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노동계의 잇단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프랑스의 새 고용 관계법이 30일 헌법위원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따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31일 저녁 입장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고용법의핵심인 최초고용계약(CPE)을 둘러싼 정부와 학생.노동계의 대립이 중대 고비를 맞고있다.
10명으로 구성된 헌법위는 사회당이 제기한 위헌 소송을 각하해 우파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다수 구성원이 우파로 구성된 헌법위의 소송 각하는 이미 예견돼 왔다.
이에따라 시라크 대통령이 새 법에 서명하고 공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그대로 공포할지 아니면 다른 유화책을 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시라크 대통령의 선택 방안들
헌법위의 CPE 합헌 판결로 시라크 대통령이 9일 이내에 새 법을 서명.공포할 수 있게 됐다.
의회 소식통들은 대통령이 31일 새 법에 서명할 것으로 예측했다. AFP 통신도 대통령의 서명.공포를 예상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러면서 1968년 5월 시위 사태 때의 해결책과 비슷한 고위급 협상 제의로 유화책을 시도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시라크 대통령이 직권으로 법안을 의회로 돌려 보내 재심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위 발표 직후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31일 TV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는 성명발표에서 수습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PE가 핵심인 기회균등에 관한 법은 지난 9일 의회에서 채택돼 시라크 대통령의 서명, 공포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학생들과 노동계는 CPE 철회를 요구하며 잇따라 파업과 시위를 벌이면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정부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빌팽 총리는 CPE를 시행하되 보완 방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해 왔다.
◇ 논란의 핵심 CPE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이후 최초 2년 동안은 사유 설명 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시켜 고용주의 신규 채용을 장려하고 청년 실업자의 취업 기회를 높여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조치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은 고용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특히 학생들은 자신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회당은 CPE가 절차및 내용 면에서 헌법 정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심판을청구했다.
중요 법안을 채택하면서 최고 행정법원인 참사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법안이 청년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위헌 요소로 주장됐다.
◇ 학생들, 철도.도로 봉쇄 시위
헌법위의 판결이 예정된 이날 대학생과 고교생들은 파리와 지방 주요 도시들의기차역과 간선도로를 봉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2천여명의 학생이 파리 시내 리옹역에 진입해 철로를 막아 열차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샤틀레 광장에 모여 리옹역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역내 TGV(초고속열차) 승강장으로 진입했다. 리옹 역은 남부 지역으로 가는 TGV의 출발지점이다.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학생 300여명이 생-샤를르 기차역에 진입해 아침 한때 열차 통행을 중단시켰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서부 도시 낭트와 렌에서도 이날 아침 도심과 외곽 순환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또 렌 인근의 철로가 한때 봉쇄돼 열차 수십편의 운행이 지체됐다.
릴과 덩케르크에서도 시위대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전국학생연합은 지난 주말 회동에서 정부가 CPE를 철회하지 않으면 30일 철로와기차역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었다.
학생과 노동계가 4월 4일에도 전국적으로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로 한만큼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어떤 내용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