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젠 ‘차문화’도 선진국 따라잡자(「1,000만 산업」 시대)

◎혼잡비용 96년에만 14조 달해/교통사고 사망 연 1만2,700명 “불명예”지난 7월 15일 한국 경제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있었다. 자동차 보급댓수 1천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면허증을 갖고 계신 분, 면허증도 없는 놈」이라는 유행어가 돌아다니는 시대에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급 1천만대는 「또다른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사건. 이미 세계 5대생산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 이어 13번째 보유국이라는 기록까지 달성한 순간이다. 지난해 조세총액의 15%를 자동차에서 올렸고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전산업 인구의 6.8%에 달한다. ◇연도별 자동차 보급추이=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소유자는 고종황제로 1903년 캐딜랄 4기통이다. 해방당시 자동차는 남북한 합쳐 7천3백86대. 69년에야 10만대를 넘어섰고 1백만대를 넘어섰다고 흥분한게 85년. 92년 5백만대를 돌파했고, 5년만에 다시 2배로 늘어났다. 자동차 선진국들이 몇백년에 걸쳐 이룩한 일을 한국은 몇년만에 이뤘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폭발적인 성장이다. 인구 4.7명당 자동차 한대. 6.5명당 승용차 1대, 1.5 가구당 한대 꼴이다. 자동차의 증가는 생활의 변화를 주도했다. 요즘 의식주와 함께 또다른 생활의 필수품으로 차가 지적된다. 「차의식주」다. ◇1천만대까지의 산업발전사=국내 최초의 국산자동차는 55년 나온 시발자동차다. 광복 1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 그후 반세기도 안돼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연생산 2백81만3천대(96년 기준)를 갖춰 세계 5대 생산대국으로 올라섰다. 시발 이후 새 업체가 속속 등장, 「새나라」 「브리사」등의 모델을 내놓고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이들 모델의 특징은 모두 외국기술을 들여다 국내서 조립해 파는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외국모델 조립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국산모델 시대를 개막한 모델은 75년 개발된 현대자동차 「포니」. 포니는 변속기 등 주요부품을 기존모델과 같이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디자인과 엔진을 자체개발했으며 국산화율이 80%에 달해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세계 5대 생산국에 진입했다. 『포니를 국제무대에 등장시키기위해 76년 이탈리아 토리노모터쇼에 출품했을 때 외국인들이 말했다. 한국이 도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냐. 독자모델이라니. 한국은 외국자동차를 들여다 조립해 파는게 낫지 않느냐.』 세계 10대자동차메이커 진입을 앞둔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이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털어놓는 20년전의 한국자동차는 이렇게 변했다. ◇과제=외형상 드러난 한국의 자동차 보급대수와 자동차산업의 발전상을 바라보는 뿌듯함 뒤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자동차 문화에 관한한 한국은 후진국이며 야만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선진국에 비해 승용차 보유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도심의 교통체증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도료율(도로면적/국토면적)이 0.75로 일본(3.03)의 4분의 1, 벨기에(4.8)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연간 교통혼잡비용은 14조원(96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해에 1만2천7백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정부의 보호속에 커온 자동차업체들도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안이한 자세로 고객을 대해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술력보다는 무리한 외형부풀리기 경쟁만 벌여왔고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도 망각했다는 점도 겸허하게 인정해야한다. 최근에는 그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전파되고 있다. 내수는 정체에 들어간데 반해 쌍용에 이어 삼성자동차가 내년 3월부터 승용차시장에 진출, 공급과잉은 불가피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50년이상 바퀴외길을 걸어온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 상태로 들어갔다. 99년이면 수입선 다변화제가 풀려 일본자동차가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게 돼있다. 미국은 아예 슈퍼 301조를 들이대며 자동차시장 개방을 종용하고 있다. IMF자금지원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은 국내자동차산업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구조조정 해 나갈 태세다.<정승량 기자> ◎1,000만대 이후/미·EU 등 견제강화로 수출 큰차질 우려/개발서 판매까지 경쟁력 제고만이 살길/“자동차는 신이 내린 선물” 타산지석 삼자 세계 최강의 자동차 대국인 일본에 비해 아직 왜소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1천만대를 돌파한 국내 보급대수는 현 추세로 볼 때 오는 2000년에1천3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구 1천명당 자동차 보급률이 2백79대에 달하고, 이 가운데 승용차가 2백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판매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3백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이 달성되기 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수출에서는 선진국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가격경쟁력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 EU(유럽연합), 일본등의 한국차에 대한 견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에 대한 압력으로 KD(현지조립생산방식)수출에서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또 성장의 토대인 내수시장도 교통체증, 주차장 문제와 환경규제 등에 의해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체 측에서는 개발·조달·생산·판매 등 전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세수확보와 보유억제 등 자동차 내수판매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 위주로 실시되는 정부정책 또한 자동차산업의 국민경제적 비중을 감안하여 자동차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 요망되고 있다. 국민들의 이미지 개선도 넘어야할 산의 하나다. 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는 이용자들로 부터도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자동차를 가진 것이 「죄아닌 죄」로 인식될 정도로 이미지가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곧 생산, 고용확대로 경제발전을 가져오며, 그 영향이 워낙 크고 중요해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를 「신이 내린 선물」로 인식되는 상황을 타산지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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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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