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미FTA] 盧대통령 대국민 담화

"큰 장사꾼 안목으로 협상 임했다"<br>"농업·제약外 어려운 분야 없어" 만족감 표시<br>교육·회계등 서비스업 개방 미흡엔 아쉬움<br>쇠고기 수입 구두약속 확인…논란 불가피

한미 FTA 타결 이후 2일 저녁 국민 앞에 선 노무현 대통령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 세계 시장의 변화까지 내다보는 큰 장사꾼의 안목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 정부의 요구가 만만한 것이 아니었고, 미 의회의 압력도 거셌지만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며 협상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하지만 첨예한 쟁점이었던 쇠고기 수입에 대해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약속’을 언급하면서 개방을 기정사실화해 ‘이면보장’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업ㆍ제약 외 어려워지는 것 없어= 노 대통령은 먼저“ FTA 체결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농업과 제약 외에는 어려워지는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업도 장기간에 걸쳐서 관세를 철폐ㆍ인하하기로 함으로써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을 지적, “농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노력이 반영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제약 산업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복제약품에만 의존하는 중소업체로 남아 있을 수 없다며 연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덤핑ㆍ개성공단 진일보 높게 평가= 노 대통령은 이번 FTA 체결로 자동차와 섬유, 전자 등 주력 수출 상품 뿐 아니라 신발과 고무, 가죽과 같은 중소기업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100조원이 넘는 미국 조달시장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 점도 높게 평가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였던 반덤핑 문제에 대해‘진일보’한 것이라며 흡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요구를 다 관철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활용만 잘하면 수출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제품이 국내산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개방폭 넓이지 못한 것 불만= 노 대통령은 그러나 서비스업의 개방 폭이 커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법률, 회계 등 고급 서비스 시장은 좀 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일부만 개방됐고, 교육ㆍ의료 시장도 전혀 개방되지 않았으며 방송 등 문화 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 개방을 통해 고학력 일자리도 늘리고 고급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솔직히 불만스럽고 아쉽다”면서도, “우리 협상팀이 방어를 너무 잘한 것 같다”며 협상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쇠고기 수입 사실상 이면 보장=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통해 개방을 약속해줬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서화 대신 통치권자가 구두 약속을 하는 형태로 마무리지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쌍방의 체면을 살릴 적절한 타협”이라고 했지만 사실상의 ‘이면 보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기한을 정한 무조건적인 수입의 약속이라고 하거나 이면계약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국회 비준 과정에서 예상보다 강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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