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영환경 어려운데 사정까지…" 초긴장속 수사 향방에 촉각

[기업 사정 칼날 어디로…] 재계 반응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에 이어 C&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되는 등 기업 사정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로 기업 총수 등 10여명을 기소했던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서 기업 비리 의혹 수사에 가세하자 본격적인 기업 사정 한파가 몰아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대검 중수부가 압수수색을 단행한 C&그룹 외에도 대기업 2~3곳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의 다음 타깃으로 특정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검찰의 또 다른 표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대다수 기업들이 숨을 죽이고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정사회론'과 맞물려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 버금가는 대기업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풍토에서 '마음먹고 털면 먼지 안 나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불안해했다. 무엇보다 현재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기업 사정 한파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측은 "현재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문제가 된 차명계좌들은 김승연 회장의 상속재산으로 비자금이 아니다"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세무조사의 배경이나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단 세무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이고 많은 인력이 투입된 만큼 비자금 조성이나 재개발 관련 비리에 대한 특별조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가능성 등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가운데 전방위 사정 작업이 진행되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해야겠지만 가능하면 수사 기간을 단축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은 필요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또 검찰ㆍ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이 서로 경쟁적으로 기업 사정에 나서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정사회를 주창하면서 사정기관들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방위 사정에 직면하고 있는 재계가 대중소 상생협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최근 정부와 여론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그룹의 한 임원은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재계 상위권의 B그룹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저마다 몸 사리기에 바쁜 재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정부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재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진 C&그룹 압수수색에 대해 지나치다는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도 그룹이 와해되면서 납품대금 등을 받지 못한 회사들이 검찰에 투서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룹 내 계열사에서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기업에 대해 부관참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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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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