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 경제 바닥은 멀었다… 그래도 '터널의 끝' 은 보인다

1%대 성장 예상속 겨울께 '완만한 U자형' 회복 기대감<br>소비·투자 줄어 내수위축…수출도 힘겨운 시간 보낼듯



2009년 새해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불행하게도 대다수 국민은 새해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하다. 경제 전문가들의 정교한 예측 모델이 아니더라도 올 한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지난 한해 동안 경기가 지독하게 좋지 않았지만 바닥을 찍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경기하강의 골이 얼마나 깊을지, 그리고 바닥에서 벗어나 상승곡선으로 올라서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올해 경제여건을 의식한 듯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예측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아니 예측을 하는 것 자체를 꺼릴 정도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중국 경제 동향, 국내 경기부양 효과 등 변수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미 올 성장률에 대해 1%대라는 낮은 전망치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올 상반기에는 우리 경제에 누적됐던 부실 요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업 부도, 가계 파산, 대규모 실업 등 유례없는 대란(大亂)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끔찍한 시나리오마저 설득력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겨울쯤 완만한 ‘U자형’의 곡선으로 희망의 불빛이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힘들게 꺼내면서도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런 어두운 상황들이 줄기처럼 연결돼 있는 탓이다. ◇1%대 저성장…퇴보도 각오해야=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올 경제를 가장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것은 정부다. 정부는 상반기 바닥을 친 뒤 하반기 이후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3%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공식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의도된 낙관론’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정부가 그런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3%라는 수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목표치”라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과 외국계 은행들도 경기의 바닥론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전망치는 훨씬 암울하다. 3%대로 수렴됐던 국내 기관의 전망치는 최근 1%대로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최근 1.7%와 1.8%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3%로 제시했던 성장률을 대폭 낮춰 이달 중순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대세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1.5%이던 전망치를 -0.3%로 내렸고 HSBC(-0.6%), 메릴린치(-0.2%), UBS(-3%) 등이 모두 올해 우리 경제가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장의 흐름을 다시 반기로 쪼개면 기관들이 공통으로 예견하는 경기 흐름은 ‘상저하고’다. 금융연구원은 상반기 0.2%에서 하반기 성장률이 3.2%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하반기 회복도 수치상으로만 나타나는 ‘착시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수치가 다소 개선될 뿐 체감경기는 오히려 상반기보다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얼어붙는 내수, 위축되는 대외거래=올해 내수 지표는 줄줄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는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0.5%, 연간으로도 전년 대비 0.9%의 미미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가와 부동산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 경기악화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와 실질소득 감소가 예상되는 상반기에는 소비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역시 세계경기 급락의 여파로 상반기에는 -11.2%, 연간으로도 -5.0%의 큰 폭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진 2~3%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유류세 조정에 따른 유가 인상과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서민들의 체감 물가부담은 지표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파란색 신호등이 켜질 것으로 보이는 지표는 국제수지다. 지난해 6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올해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흑자는 외환유동성 경색에 따른 경제위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좋아할 수만은 없다. 국제수지 개선은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수출보다 더 위축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증가율은 전년 14.5%보다 크게 위축된 0%에 그치고 수입증가율은 전년 23.0%에서 올해 -5%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은 아예 주력 수출품의 단가 하락으로 올해 수출증가율이 -7%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은 그나마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경기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수출 부진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성장률의 추가 하향 조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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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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