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포스코 사령탑에 취임한 권오준(사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철강 본원 경쟁력 확보를 내세우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비핵심사업 및 자산매각으로 확보한 현금만도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허리띠 졸라매기가 곧장 이익 실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기순이익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권 회장은 그런 면에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셈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권 회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당기순이익으로 2조원 이상을 올리겠다"며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으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혹독한 구조조정 '절반의 성공'=지난 1년 권 회장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전임 회장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익숙해진 조직원들에게 선택과 집중은 생소한 단어였다. 사실 권 회장의 경영은 첫 등장부터가 이변이었다. 지난 2013년 말 권 회장이 새로운 포스코 회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될 때만 해도 그를 유력후보로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정치권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통'인 그가 회장직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절대다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포스코 이사회 산하 회장추천위원회의 심층면접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창한 영어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재현하겠다고 강조해 회추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포스코가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권 회장뿐이었다.
취임 직후 권 회장은 곧장 체질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철강 본원 경쟁력 확보를 내걸고 비핵심사업과 자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포스코특수강 지분을 세아그룹에 매각해 6,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고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가 각각 마산과 베트남에서 갖고 있던 백화점도 팔아 치웠다. 포스코 계열 시설관리업체인 포스메이트 소유의 서울 역삼동 포스타워 건물과 부지도 처분했다. 이렇게 권 회장이 확보한 현금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1조원대의 포스코건설 지분매각작업도 완료를 앞두고 있고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매각작업도 이달 중 재개될 예정이다.
구조조정작업이 이어지면서 재무구조는 확실히 개선됐다. 2013년 28.2%에 이르렀던 부채비율(단독 기준)이 지난해 23.8%까지 떨어졌다. 2013년 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권 회장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찬사를 보냈다. 반면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1조3,55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570억원으로 급감했고 순이익률도 2.2%에서 0.9%로 하락했다.
◇양대 신성장사업 성과 내야=이제 시장은 권 회장이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칼을 휘두르는 경영자에서 이익을 내는 경영자로 변신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파이넥스(FINEX)와 같은 신공법 수출과 신소재사업이 회사 수익개선의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저(低)품질 철광석으로 쇳물을 뽑아내면서도 환경오염물질은 크게 절감시키는 '꿈의 제철기술'로 조만간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는 제품을 수출하지 않고도 기술사용료로만 이익을 내는 철강업계의 '퀄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준공한 리튬 직접추출공장 역시 포스코의 성장동력 중 하나다. 이 공장은 연내 상업생산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의 또 다른 도전으로 조직 기강 다잡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오픈 앤드 컬래버레이션(개방과 협력)'이라는 원칙 아래 그룹 전반에 대대적 인사를 감행했는데 이에 대한 파열음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포스코건설 해외임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감사 결과가 밖으로 흘러나갈 정도라면 조직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은 사실과 다르다"며 "금명간 회사 차원의 공식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 역시 의연한 대처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