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증시침체로 구조조정 부진 악순환

日 증시침체로 구조조정 부진 악순환 닛케이지수 급락 은행개혁등 걸림돌 작용 일본 경제에 '구조조정 부진 ⇒증시 침체 ⇒구조조정 부진'의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이 답보상태에 머무는데 대한 투자가들의 실망감이 증시 하락을 야기하고 주가지수 폭락은 아직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은행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다시 구조 개혁의 부진을 낳는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간접적인 증시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대거 방출하고 정부는 우편예금이나 연금 운용에 있어 주식투자액을 늘리게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주가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닛케이지수의 '예고편'격으로 인식되는 미 나스닥지수가 연일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이라도 나서서 증시의 버팀목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 24일 우정성이 2001년부터 5년간 유입되는 우편예금 가운데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금액가운데 10%를 국내외 증시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신규예금 유입 등을 감안할 때 우정성에서 증시로 흘러가는 신규자금은 해마다 2조엔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초 집권당인 자민당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정조회장도 "이제는 주식투자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낳을 것"이라며 "우편예금이나 연금의 주식 운용비중을 늘려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최근들어 일본은행이 연말 단기자금을 대규모로 풀고 있는 것도 증시에 대한 우회 지원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주식투자를 유발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최근의 증시 침체가 자칫 어렵사리 추진해 온 구조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주식보유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부실채권 처리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더딘 구조조정의 속도를 한층 끌어내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조조정이 가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에 대해 가뜩이나 불신을 안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대거 빠져나갈 수밖에 없고, 이는 가까스로 회복의 문턱까지 이끌어왔던 일본 경기를 다시 침체의 길로 몰아세움으로써 증시를 한층 가라앉히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십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상각하고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금융위기를 맞은지 불과 2년 만에 주가 폭락에 밀려 엇나가기 시작한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는 일본 은행들이 1만3,000엔대까지 떨어진 현 주가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세계 최대은행 탄생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출범한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의 경우 정부로부터 투입받은 2조5,000억엔의 공적자금을 변제하기 위해 오는 2005년까지 2조3,000억엔의 잉여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미즈호 그룹은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향후 10년간 평균 10%의 업무수익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지만, 지난 9월까지의 반기결산에서 미즈호 그룹의 업무수익은 오히려 17%의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 발생도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메르츠 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닛케이지수의 급락이 은행들의 부실채권 상각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주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당국도 은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식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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