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영암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얼굴, 봐도봐도 신묘한 바위산… 어쩜 저리도 사람을 빼닮았을까

강풍 속 바람재 전망대 올라 서쪽 바라보자

아래턱 넓은 마초스타일 남자 형상 또렷이

정오 전후 햇볕 비칠때 그늘지며 더 잘보여

구정봉 정상 사랑바위 동편에 있는 남근석

맞은편 봉우리 여근석과 마주해 묘한 연출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얼굴은 정수리에서 턱까지의 높이가 101m나 된다. 미국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큰바위얼굴의 10배 규모다.

구정봉이라는 이름은 봉우리 위 아홉 개의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어 붙은 이름이다.

월출산 구정봉 사랑바위 동편에 있는 남근석.

여근석은 사랑바위에 서편에서 남근석을 바라보고 있다.

"월출산 구정봉에 사람 얼굴 모양의 큰바위가 있습니다."

영암에서 사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철 소장이 말했다. 그 말에 귀가 솔깃해진 기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택하는 구름다리~천황봉 코스 대신 구정봉(九井峰) 코스를 선택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구정봉은 향로봉의 다른 이름으로 산 정상 위에 9개의 물웅덩이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산을 오르기 전 지도를 보니 구정봉에 오르려면 바람재를 지나야만 했다. 박 소장은 입간판을 보고 있는 기자에게 "바람재라는 이름은 바람이 항상 불어 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불어 봤자 얼마나 불겠어. 오르는데 두 시간, 내려오는데 두 시간 겨우 네 시간 코스인데…' 기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월출산은 최고봉인 천황봉(해발 809m)을 주봉으로 하는 골산(骨山·바위산)이다. 국립공원으로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어 남한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월출산의 아이콘은 뭐니 뭐니 해도 지난 1978년 가설한 구름다리였었다. 지상 120m 높이에 길이 52m, 폭 0.6m로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한국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였지만 노후화에 따라 2006년 5월 철거하고 길이 54m, 너비 1m의 폭에 최대 200명이 양방향 통행을 할 수 있는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자는 이 명물 구경을 마다하고 구정봉 코스를 택해 산길을 올랐다. 박철 소장이 강력히 추천한 큰바위얼굴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구정봉은 먼 발치에서 바라본 모습과는 달리 경사가 가파른 편은 아니어서 해발 510m의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3분의2쯤 올랐을까. 바람재가 가까워 오자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드디어 바람재에 다다르자 바람은 태풍급으로 바뀌었다.


엄청난 바람을 맞으면서 바람재 바로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 서쪽을 바라보자 큰바위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자한 얼굴에 아래턱이 넓은 마초 스타일의 남자 얼굴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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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의 눈에 이 바위가 사람 형상으로 비친 것은 2009년 1월31일 오전11시42분. 박 소장은 "산을 오르다 이곳에서 구정봉을 바라보니 중천에 걸린 햇볕을 받은 바위에 그늘이 지면서 사람의 얼굴이 뚜렷이 나타났다"며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의 말처럼 큰바위얼굴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는 시간은 정오를 전후해서다. 이 시간에 비추는 햇볕의 각도가 얼굴의 음영을 뚜렷이 하기 때문이다.

구정봉 큰바위얼굴의 규모는 정수리부터 턱까지의 길이가 101m로 미국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큰바위얼굴(13m)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큰바위얼굴 구경에 마냥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허리케인 뺨치는 강풍 때문이었다. 바람재라는 이름이 허명(虛名)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바람은 기자의 몸뚱이를 날릴 듯이 휘몰아쳤다.

산 아래에는 미풍조차 없었는데 구정봉 정상부근에서 부는 바람은 무슨 연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람을 얼굴 정면으로 받으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눌러 쓴 모자가 날아갈 것 같아서 얼른 벗어 점퍼 안에다 쑤셔 넣고 바위산을 20분쯤 올랐을까. 산의 경사는 점점 급격해지더니 밧줄이 드리워진 경사로가 나타났다. 바위틈으로 몸을 구겨 넣고 동굴 같은 곳을 빠져나가니 드디어 구정봉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정봉 정상에 오르기는 했지만 똑바로 일어설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일어섰다가는 몸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박 소장이 일어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보다 훨씬 날씬한 박 소장이 버텨내는 것을 보니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가 더 나가기는 해도 바람을 받는 면적이 넓어서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어나 정상을 한 바퀴 돌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산 중턱을 오를 때까지만 해도 온몸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렀는데 이제는 손가락이 얼어서 펴지지 않을 정도로 추웠다.

구정봉에는 큰바위얼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즐비한데 그중에는 남근석과 여근석도 있다. 남근석은 구정봉 사랑바위 곁에 있고 맞은편 봉우리에는 여근석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신묘함을 더 한다.

한편 영암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왕인의 빛, 소통·상생의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왕인박사유적지·상대포역사공원·도기박물관 등지에서 왕인 박사축제가 열린다. 뮤지컬 배우와 무용단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 '왕인박사 일본가오'를 비롯해 관광객 1,000명이 준비된 타일에 직접 천자문 중 한 글자와 자기만의 그림과 글을 담아 타일을 만드는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돼 있다.

/영암 =우현석객원기자, 사진제공 = 박철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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