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연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총선자금 관련사실을 폭로하고 나서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권 전 고문이 빌려서 조성했다고 주장하는 110억원이 당시 민주당에 입금돼 총선자금으로 사용됐음이 공식 확인됐다.
권 전 고문은 13일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이석형 변호사를 통해 “(2000년) 총선 때 돈이 없으면 빌려서 치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0억원을 모아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의 이같은 언급은 김 전 대통령이 총선 자금 조달에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 변호사는 “권 전 고문이 `2000년 총선 당시 돈이 없으면 (문제 있는 돈을 받지 말고) 빌려서 치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50억원씩, 김영완씨로부터 10억원 등 모두 110억원을 모아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이중 80%는 당에서 갚고 김영완씨로부터 빌린 10억원과 나머지 20억원은 갚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이 변호사가 말했다.
권 전 고문은 그러나 50억원을 빌려준 이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12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권 전 고문을 접견했다.
이 변호사는 또 “권 전 고문은 현대로부터는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면서 “김영완씨가 두 차례에 걸쳐 거액을 도둑 맞았는데 그 돈이 현대 돈일 수 있다”며 현대 비자금과 관련한 김영완씨의 `중간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0년 당시 사무총장이던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권 전 고문이 110억원을 빌려 당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통장으로 입금돼 지구당 지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시 당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권 전 고문이 알고 지인들에게 일부는 차용증을 써주고, 일부는 차용증없이 돈을 빌려 당에 입금했다"며 "모든 것은 선거법 절차에 따라 처리됐고 선관위에 신고했으며, 관련 서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차입금의 당 유입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확인해 본 결과 적법하게 입금돼 선거법에 따라 처리됐더라"고 말하고 "일부는 갚고 일부는 갚지 못했으며 변제에 쓰인 돈은 합법적인 후원금"이라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변제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선 "권 전 고문이 빌린 돈은 현대 비자금과는 무관한 돈"이라며 "이익치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