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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우정 34년만의 재회
입력2004.12.01 20:21:37
수정
2004.12.01 20:21:37
김영준·스기하라 히로미씨<br>20대 우연한 만남 약속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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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우정 34년만의 재회
김영준·스기하라 히로미씨20대 우연한 만남 약속지켜
김영준(오른쪽)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 앞 뜰에서 스기하라 히로미씨와 만나 반갑게 손을 맞잡고 있다. /류효진기자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났던 한국인과 일본인이 34년 만에 다시 만나 화제다.
김영준(55) 기업은행신용정보 사장과 일본 정유회사 이데미교산의 품질관리기사인 스기하라 히로미(55)씨가 그 주인공.
지난 70년 5월 딱 한번 만났던 이들은 34년이나 흐른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극적으로 재회했다. 스기하라씨는 당시 한일수교 5년째인 서울의 모습을 보고 싶어 단돈 5만엔(당시 5만원)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김 사장은 우연히 같은 여관에 묵고 있던 선배의 권유로 스기하라씨의 안내를 맡게 됐다. 3일간 경복궁을 비롯해 남산ㆍ인사동ㆍ창경궁 등을 함께 다녔다.
말은 안 통했지만 20대끼리의 젊은 마음은 통해 헤어질 때 “30년 뒤에 다시 보자. 상대 국가에 대한 공부도 철저히 하자”고 다짐했다.
이후 스기하라씨는 단행본으로 출간한 한국 방문기 ‘다비’의 인세를 한국 고아원에 기증하기 위해 71년 한국을 다시 찾는 한편 TV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 타파에 나섰다. 김 사장도 일본어 공부는 물론 일본 역사책 등 20여권의 일본 서적을 독파했고, 특히 7번이나 일본을 방문해 지역 곳곳을 돌아보는 열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30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화 등 연락은 취하지 않았다. 다만 몇 년에 한번씩 간간이 편지왕래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결국 34년 만에 스기하라씨를 만난 김 사장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눈에 알아봤다”며 “스기하라도 마찬가지였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스기하라씨가 서울의 바뀐 모습에는 너무나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양국간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우리처럼 서로를 이해해주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좋게 해결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경을 넘은 우정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입력시간 : 2004-12-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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