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골프의 '간판' 최경주(43ㆍSK텔레콤)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 골프에 대한 인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경주는 1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초대석'에 초청 연사로 나서 자신의 골프 인생과 철학을 특유의 달변으로 풀어냈다.
최경주는 열정과 완벽을 화두로 강연을 시작했다. 완도 수산고교 시절 역도를 하다 선생님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 생긴 불타는 열정을 마음 속에 간직해왔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대충대충 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골프를 바라보는 국내의 왜곡된 시각을 지적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주는 "뉴스에서 국정감사 관련 내용을 봤는데 '왜 골프장에서 밥을 먹었느냐'가 이슈가 되더라. 언론에 골프장이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비춰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골프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스포츠"라면서 "프레지던츠컵과 올림픽을 준비해야 함에도 아직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골프만큼 깨끗한 스포츠는 없다"며 "골프 대중화를 말로는 얘기하지만 뒤로 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미국 골프계에서 한국을 알리기 시작한 개척자의 책임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 대표팀과 세계연합팀의 남자골프 대항전으로 오는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골프가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성해 가장 자랑스러웠던 게 골프백에 태극기를 단 것"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뛴 선수들을 대변해 나라를 대표했던 선수들에게 은퇴 이후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찾아와 볼 수 있는 '한국 스포츠문화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구수한 입담으로 여러 차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1999년 일본프로골프 투어 기린오픈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상금 1,250만엔(약 1억4,000만원)을 현금으로 받고 도둑 맞을까 불안해 밤을 샜던 일과 미국 진출 초기 영어를 잘 못해 무조건 "땡큐"라는 말만 하다 보니 매너 좋은 선수로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