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둘을 둔 주부 심모(34)씨는 중동호흡기질환(MERS·메르스)이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인터넷쇼핑몰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구입했다. 감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면역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신종인플루엔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최근 몇 년 사이 변종 감기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는 가운데 이번 메르스 발병을 계기로 예방 차원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과 음식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 심씨는 "당장 건강식품을 복용한다고 메르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며 "항균, 항바이러스 효능을 지닌 다른 음식들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움츠러든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면역력이 좋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가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에 대표적인 건기식 제품인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마늘 제품 등에 관심이 커졌다. SNS에서는 면역력을 높여 주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음식이 떠돌고 있으며 최근 몇 일간은 "비타민 B, C, D, 초유, 프로바이오틱스를 자녀들에게 챙겨 먹여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돌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백수오 파동으로 일제히 건기식 방송을 중단했던 홈쇼핑 업계는 관련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현대홈쇼핑은 메르스 발병 기간인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건기식 제품 매출액이 12% 늘었다. 특히 지난 2일 방송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경우 한 시간 판매에 3억원 매출을 기록하자 오는 9일 저녁 '정관장 홍삼정 마일드'를 긴급 편성했다.
임정환 현대홈쇼핑 상품기획자는 "최근 메르스 영향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삼을 찾는 고객을 위해 급하게 편성을 잡았다"며 "홍삼에 대한 수요가 보통 5월 또는 가을, 겨울에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면역력 강화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월 3회 정도 배치하던 방송 분량을 월 4~5회까지 늘릴 예정이다.
사람들이 인파로 붐비는 곳을 피하면서 건기식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몰 매출도 크게 뛰었다. 11번가는 지난주 홍삼과 성인 비타민, 어린이·청소년 비타민이 전주대비 각각 87%, 106%, 99% 급증했다. 옥션도 같은 기간 과즙·건강즙이 14%, 항산화에 좋은 꿀·프로폴리스 24%, 면역력 강화 대표 제품인 마늘·다시마·청국장환이 15%, 클로렐라와 스피루리나가 31% 더 팔렸다.
건기식 브랜드의 매출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KGC한국인삼공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홍삼 100% 제품인 홍삼정, 호암정타블컷, 뿌리삼 등은 20%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용 홍삼인 '홍이장군' 매출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듀오락'을 판매 중인 쎌바이오틱스도 호조세다. 성인용 '듀오락 케어'와 함께 2~12세까지 섭취하는 유아동용 '듀오락 얌얌' 수요가 늘면서 같은 기간 매출이 15~20% 올랐다.
건기식 대표 기업 천호식품은 5일부터 본사 매장 및 전국 롯데, 신세계백화점 입점 매장에서 마스크를 선착순 1만 명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는 면역력 강화를 돕는 통마늘진액과 호흡기 건강에 좋은 도라지배즙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마늘은 항균, 항바이러스 효능의 알리신을 함유한 대표적인 면역식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