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비축유 풀어 高유가 해소를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세계 경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이 지속되는 만큼 국제 유가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고 세계 경제는 그 만큼 고통을 더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가 지난 1990년처럼 그렇게 급작스럽게 요동을 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11월 유엔 결의안 1441호가 통과된 이후 배럴 당 10달러 이상 오르면서 이번 주 뉴욕에서는 37달러를 넘기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년에 5달러 상승을 할 경우 세계 경제 생산량은 약 0.25%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피해도 불가피하겠지만 가장 큰 타격은 원유 수입국들이 입게 될 것이다. 전쟁을 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진짜 속셈은 세계 원유 매장량의 11%를 차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설이 있다.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이러한 음모설의 설득력을 떨어트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비록 전쟁 초기 사담 후세인의 공격으로부터 유전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이를 선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국이 단순하게 이라크 오일을 통째로 거머쥐지는 않을 것이다. 이라크 유전은 계속해서 이라크 국민들 것으로 남게 된다고 워싱턴은 말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정유 회사들에 대해 새로운 석유사업을 위한 라이센스를 주려고 한다는 설은 그나마 그럴 듯하다. 그러한 전망은 이미 선점을 위해 바그다그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이외의 다른 지역 정유 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유 회사들이 이라크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정도로 그렇게 새로운 투자처가 부족한 상태는 아니다. 미국과 다른 석유 소비국들이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 증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라크 원유 산업의 민영화는 생산량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생산량을 증가시킬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라크에 대해 생산 쿼터를 지키라고 당장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미국은 아마 이라크가 OPEC으로부터 탈퇴하기를 바라겠지만 이라크 시민과 이웃 국가들로부터 신임을 잃지 않고 이러한 일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걸프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바램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라크 위기로 인해 석유 생산량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지 모른다. 이 경우 유가는 계속해서 오르게 될 것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전쟁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최소한 그들의 비축유를 풀어 세계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서방 국가들에게도 이러한 것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그것은 90~91년도 유가 위기가 보여주듯 전쟁이 발발된 후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시행돼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2월 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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