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 FTA 사실상 전면 재협상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안 고친다더니…<br>정부 입장 180도 뒤집어 주고받기식 협상 불가피… 한·EU FTA등 파장 예상


"(한미 FTA)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를 빼거나 넣는 것도 개정이며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6월3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점 하나가 아니라 협정문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재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18일 브리핑에서 "한미 통상장관회의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는 (상호) 협의로는 부족하며 주고받기식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 협상대표단이 누누이 강조해온 "재협상은 절대 없다"던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이처럼 양측이 422일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이익의 균형'을 담아낸 협정문을 결국 수정하게 됨에 따라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의 반발은 물론 양국 간 합의된 협정문 수정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로 기존에 합의된 한ㆍ유럽연합(EU) FTA의 다른 협정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양측이 정식 서명한 한ㆍEU FTA는 자국 자동차 산업 피해를 우려한 이탈리아의 반대로 잠정발효 시기가 내년 1월에서 7월로 늦춰져 언제든 추가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최 대표도 이날 "EU 측에서 한미 간 협의 결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에 양측이 합의한 협정문을 수정한 사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 부속협정 방식을 활용해 환경ㆍ노동 분야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항들을 추가했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2007년 4월2일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한 후 미 의회가 '신통상전략'을 반영해 노동ㆍ의약품 등 7개 분야를 다시 협상하라고 요청, 그해 6월에 협정문을 수정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11월 협상에서 실무협의 전날 협상안을 전달하고 국내 기후변화정책에 관여하는 등 외교적 관례를 무시해 우리가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자동차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지만 그 밖의 다른 영역을 통해서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자동차뿐 아니라 농업ㆍ의약품 등 다른 분야도 협상 대상에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통상전문가는 "자동차 분야마저 대폭 양보하고 재협상을 한다면 한미 FTA를 체결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면서 "미국에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가 이어진다면 결코 국민들을 설득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향후 일정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전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FTA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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