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계법인이 돈 받고 분식회계

퇴출위기 상장사로부터 1억여원 수뢰 300억대 손실 숨겨<br>회계사등 10명 기소… 투자자 피해 수백억 달할듯

회계법인 주도의 300억원대 분식회계 범죄가 적발됐다. 회사 측의 장부조작을 회계사가 눈감아 주는 지금의 분식회계와 달리 이번에는 기업 대주주는 물론 회계사ㆍ변호사 등이 적극 가담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전현준 부장검사)는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상장폐지를 피하고자 분식회계를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양계가공업체 A사 대주주 이모(4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씨에게서 돈을 받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주는 등 분식회계를 주도한 회계법인 화인의 이사 백모(44)씨를 비롯해 변호사와 채권자 등 10명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해 문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적극적으로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주도해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8년 5월 무담보로 자회사에 빌려준 자금 280억여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A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백씨 등과 짜고 31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숨기는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는 A사의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임원으로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ㆍ평가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후배 회계사 3명과 전담팀까지 꾸려 직접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주는 등 분식회계 전 과정을 주도하고 1억1,000만원의 사례비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분식회계를 마무리하고서는 A사의 재무상태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허위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상 '깡통'에 불과한 A사가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백씨는 일시로 빌린 사채를 회사자금인 것처럼 속이는 등 분식회계에 통용되는 수법을 총동원했으며 채권자들과 사측 변호사도 이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하는 법률자문의견서를 내는 등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숨긴 채 10개월가량을 버티다 지난해 4월 실태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상장폐지됐다. 특히 이 기간에 A사 주식 총거래량이 7억6,535만주, 거래대금이 1,569억원에 달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감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회계사가 돈을 받고 장부조작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행 외부감사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씨는 2005년 12월부터 2년여간 120억원의 회사 돈을 빼내 개인 채무를 갚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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