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과정에서 삭감된 예산을 편법으로 집행하거나 다음해 예산감소를 우려해 연말에 남은 예산을 물 쓰듯 하는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실운용 실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일 발표한 ‘2005회계연도 세입ㆍ세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중앙ㆍ지방행정기관이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예산을 허비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국제협력단 등 9개 기관은 별도 적립한 223억원을 자체 수입에서 누락한 뒤 같은 금액만큼 출연금을 과다 편성해 정부 예산을 다시 타냈다. 교통안전공단 등 16개 기관은 기획예산처와 협의도 없이 결산잔액 등 2,392억원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비를 부풀린 뒤 임의로 집행하기도 했다.
또 국고보조금을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사업 추진이 부진한데도 보조금을 교부하는 등 국고보조금 집행과 관리도 부적정한 경우가 많았다. 경남 남해군은 오염하천정화사업 목적으로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15억원 중 11억원을 수질개선과 무관한 교량건설 등에 사용했다. 마산시는 입지선정도 하지 않은 채 폐기물처리시설 보조금 6억원(98∼2003년)을 교부받아 지난해 말까지 전액을 집행하지 않은 채 사장시키고 있다.
기금도 무원칙하게 증액하거나 사용하는 등 부실하게 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기금의 경우 최근 3년간 1건의 국회 심의도 받지 않고 35개 사업에서 1조4,634억여원을 증액해 제멋대로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의 국회 확정 이후 불과 1개월 뒤 계획을 변경해 한국관광홍보방송 제작 등 15개 신규 사업(141억원 규모)을 추가로 추진해 국회 심의를 무색하게 했다.
감사원은 일부 정부 회계의 세입과 기금 등에서 회계처리 오류나 국가재산을 누락하는 등의 문제점도 다수 지적했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부과한 과태료는 모두 징수결정액으로 계상하고 체납된 금액을 미수납액으로 계상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1조736억원의 체납 과태료 누적액을 누락시켰다.
건교부는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에 따라 택지조성사업자 등에게 부과하는 개발부담금, 광역교통부담금 등도 징수결정액과 미수납액으로 각각 계상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4개 부담금 징수결정액 3,280억원을 누락시켰다.
감사원은 이 같은 회계 오류에 대해 해당 기관에 시정하도록 통보하고 앞으로 결산 검사와 관련된 재무감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