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못받던 땅도 직관 믿고 사들여
'빠른 판단·과감한 결단'이 성공 비결
디벨로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
최대한 전국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라
학교나 사무실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과 이론으로 중무장한 책상형 전문가 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현장 경험을 쌓은 이들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많다. 여기저기 시선을 분산시키기 보다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고 삶의 궤적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심태형(사진) 빌더스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여름 방학 기간 동안 20만원으로 50일 동안 모텔을 빌려 120만원을 벌기도 했다.
이처럼 심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고, 나이 예순을 코 앞에 둔 지금까지도 부동산을 업으로 삼고 있다. 혈기왕성한 20대 시절 3년 정도 잠시 무역업에 한 눈을 팔기도 했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는 40년 가까이 부동산 개발만 바라보며 살았다. 긴 세월 동안 부동산 개발만 하며 살아오다 보니 그에게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땅의 가치를 알아보는 '직관'이라는 게 생겼다.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이 돈을 버는 비결
심 대표는 부동산 개발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평소 성격은 급하지 않은데 토지 매입이나 주택 사업을 할 때는 굉장히 급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남들 보다 먼저 좋은 땅을 사고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 대표의 이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개발 사례가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강원도 속초에 땅을 사서 영화관과 복합상가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청주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청주시 인근 오창에 좋은 땅이 있으니 와서 한 번 보라는 연락이었다.
심 대표는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오창으로 달려가 밤 늦게 도착했는데 오창과학산업단지 주변으로 도로와 택지개발은 잘돼 있는데 나머지는 허허벌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해 보니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청주 지역 시행사들도 쉽게 사업을 시작 못하는 땅이었다"며 "하지만 청주에서 10분 밖에 안 되는 거리고, 시의 개발계획이 좋아서 속초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오창에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심 대표는 2002~2003년 2년에 걸쳐 오창 지역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해서 분양한 것이 '충북 오창 대우이안 아파트' 총 818가구다. 오창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이론보다 경험과 직관이 더 중요하다
심 대표는 20대 시절인 1980년대 중반 잠시 가방 무역업을 하며 외도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로 일본과 거래를 했는데 그때 만난 한 일본 업체 회장의 한 마디가 그를 다시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 들게 만들었다.
그는 "당시 일본 업체 회장이 한국 지도를 보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동그라미를 치더니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가 수도권으로 바뀔 것이라며 개발 사업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며 "일본의 사례를 보며 한국을 예상한 그 분의 경험과 직관을 믿고 그 후 다시 개발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경험과 직관은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다.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심 대표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실제 심 대표가 지금까지 시행했던 사업들을 보면 기존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곳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청주시 오창도 그런 지역 중에 하나였으며, '이천 현대성우 오스타 아파트', '충남 서산 예천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도 남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는 "1,500가구를 분양한 이천 사업지의 경우 애초 돼지나 소를 키우는 축사였는데 너무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땅이었다"며 "하지만 부발역이 바로 코 앞이고 당시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른 분당과 지하철로 7~8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천 현대성우 오스타 아파트는 분양율 100%를 기록했다. 심 대표는 "흔히들 디벨로퍼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빌더스 '제2 도약' 날갯짓 고병기 기자 |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