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선화, 9타차 뒤집은 '각본없는 드라마'

연장승부 첫번째홀서 웹 제치고 통산 3승째… 태극낭자 '우승가뭄' 해소<br>김송희 13언더 3위등 한국선수 7명 톱 10


이선화가 2일(한국시간) 미국 LPGA투어 긴트리뷰트 정규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 퍼트로 승부를 연장으로 이끈 뒤 갤러리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찰스턴(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JNA제공

첫번째 연장전이 벌어진 18번홀(파4). 두번째 샷을 홀 12m 옆에 떨군 이선화(22ㆍCJ)는 첫 퍼트를 홀에 잘 붙여 쉽게 파를 지켰다. 캐리 웹(호주)은 7m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나 퍼트가 살짝 빗나갔다. 상대가 통산 9차례나 연장전을 치러본 전(前) 세계랭킹 1위 웹이었기에 다시 연장전으로 가는 것은 기정 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웹은 한발짝 거리의 파 퍼트를 약간 당겨쳐 왼쪽으로 삔 뒤 얼굴을 감싸쥐었다. 무려 1년 가까이 시달렸던 한국 선수의 ‘우승 체증’이 비로소 시원하게 뚫리는 순간이었다. 이선화가 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리버타운CC(파72ㆍ6,459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긴트리뷰트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선두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에 9타나 뒤진 채 4라운드에 나선 이선화는 5언더파 67타를 쳐 웹과 함께 최종합계 공동 1위(14언더파 274타)로 올라섰고 연장 첫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내 3퍼트 보기를 저지른 웹을 2위로 밀어냈다. 시즌 첫 우승이자 개인 통산 3승째. 무엇보다 지난해 7월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후 27개 대회 만의 한국인 챔피언 탄생으로 한국군단의 우승 물꼬를 튼 값진 수확이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 이후 가장 긴 무승 행진(종전 1998~1999년 24개 대회) 탓에 자칫 집단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었던 시점에서 이선화가 큰일을 해낸 셈이다. 자신이 우승했던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끝으로 명맥이 끊어진 탓에 내심 불편했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2006년 신인왕 이선화는 39만달러를 받아 상금랭킹도 4위(65만6,000달러)로 뛰어올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짜릿한 우승이었다. 전날까지 공동 2위 최나연(21ㆍSK텔레콤)이 선두와 6타차나 됐고 이선화는 9타나 뒤졌다. “그저 최선을 다해 타수를 줄여나가자”는 다짐이 결국 우승까지 이끌었다. LPGA투어 최다 타수차 역전승 기록은 1964년 톨시티오픈에서 미키 라이트가 작성한 10타차였다. 2위 싸움을 예상한 이선화는 3번과 6번, 11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순항했다. 특히 13번홀(파4)에서는 ‘대박’을 암시하는 행운도 따랐다. 티샷 실수로 두번째 샷을 하고도 핀까지 40야드를 남겼으나 세번째 샷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간 것. 그 사이 구스타프손이 무너졌고 공동 선두가 된 이선화는 마지막 18번홀에서 8m 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이날 2타를 줄인 웹과 함께 연장에 진출했다. 연장 승부는 웹이 90cm 파 퍼팅을 놓치면서 다소 싱겁게 끝났다. 이선화의 말대로 “통산 35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멤버가 놓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3타를 줄인 김송희(20ㆍ휠라코리아)는 1타차로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지만 3위를 차지해 시즌 4번째로 ‘톱10’에 입상했고 공동 4위 제인 박(21), 공동 6위 최나연, 유선영(22ㆍ휴온스), 박인비(21) 등 7명의 한국 선수가 10위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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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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