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찰떡궁합 막강한 권한 행사<br>독선적 언행으로 野·언론등에 사방에 敵
이해찬 총리가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취임 21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 역대 총리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누리며 참여정부의 분권형 국정운영을 이끌었다.
그는 스스로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행정수도 건설,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 사회양극화 해소 및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을 세워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 총리는 직선적 성격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적을 많이 만들어 ‘사람은 뛰어난데 인덕은 없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골프를 유별나게 좋아한 이 총리는 결국 이번 골프 파문으로 자진 사퇴해 그동안 다져온 정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대통령과 찰떡궁합 실세 총리=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 총리와 나는 문제를 내놓고 ‘답을 써라’하면 거의 비슷한 답을 써낸다”며 “그와는 천생연분이고, 나는 참 행복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총리는 지난
2004년 6월30일 취임한 후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국무회의를 비롯한 주요 현안을 직접 챙겼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전달하는 기존 총리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2004년 하반기부터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을 세우고 총리에게 경제ㆍ사회 분야를 포함한 내치를 사실상 일임했다. 이에 이 총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8ㆍ31부동산종합대책 등 주요 국정과제를 소신껏 밀어붙여 매듭지었다. 또한 인사면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 지난해
한덕수 부총리 겸 제정경제부 장관을 발탁한 데 이어 올해 초 개각에는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천거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당정관계를 확립하고 야당과의 관계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독선적 언행으로 사방에 적=탁월한 일처리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는 직선적인 성격으로 야당뿐 아니라 언론과도 자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정당 아니냐”는 발언을 해 국회 공전사태를 야기했다.
이 총리는 또 지난 2004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조선ㆍ동아가 현 정부를 사회주의로 몰고 있다”며 “
전두환ㆍ
노태우는 용서해도 국민과 역사의 뜻을 왜곡하는 두 신문은 용서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총리는 이번 골프 파문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총리가 브로커
윤상림씨와 놀아났다’는 발언을 하자, “홍 의원처럼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적도 없다”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