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공장」서 수단 경제 핵으로/현지인 의식개조·복지투자 주력 … 재조업 3년만에 “가동률 100%” 신화수단의 수도 카툼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15분가량 가면 산업공단내 (주)대우 수단법인의 주력기업인 방직공장 「NCTC」(Nile Corporation Textile Corporation)가 눈에 들어온다. 공장입구의 하얀색 대형간판이 인근공장의 칙칙한 분위기와는 달리 산뜻한 느낌을 준다. 입구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차와 간식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카툼은 인구 4백만명의 대도시로 북부아프리카 교통의 요지다. 카툼이라는 어원은 아랍어로 만난다는 뜻으로 이지역에서 청나일강(Blue Nile)과 백나일강(White Nile)이 만나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온다.
그러나 카툼은 명색이 수도인데도 거리는 2차선도로에 포장상태도 형편없으며 중심가에도 번듯한 상점을 찾아 볼수 없다. 고층건물은 관공서나 호텔, 외국기업체이며 대부분의 건물은 흙먼지로 잿빛을 띄고 있다.
바시르(Bashir)군사정권이 시위방지를 위해 시내 곳곳에 배치한 흰색옷의 경찰과 푸른색옷의 군인들이 소총을 겨느랑이에 낀 채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으시시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공단내 상당수 공장이 전력부족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아 수단의 경제사정이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다. 대우공장옆에 있는 수단의 대형방적공장도 몇개월째 잿빛 철문을 굳게 닫고 있어 공장이라기보다 창고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공단내 차량이나 인적의 이동도 드문드문하다.
NCTC공장안쪽으로 들어가면 잘 정돈된 2층건물과 함께 2만여평가량의 푸른잔디가 펼쳐져 있어 외부의 혼잡하고 지저분한 거리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NCTC는 6만9백12추의 방적설비와 3백48대의 직기를 갖춘 대형 방직공장으로 연간 5천7백톤의 원사와 1천2백만야드의 원단, 5백50톤의 타월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부지 13만평에 2개의 방직공장과 1개의 제직공장, 타월공장등 4개의 생산공장과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원면세정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완제품은 대부분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대우가 포트수단에 설립한 또하나의 방직공장 NIC(Nile International Corporation)와 더불어 수단내에서는 중요한 수출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20여명의 한국인이 중국인 1백여명과 수단인 2천5백여명등 다국적 부대를 이끌고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 공장은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수단 최대의 면방직공장이었으나 88년이래 조업이 중단된 것을 대우가 92년에 인수해 1년동안 개보수공사를 거친끝에 93년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NCTC는 원사를 만드는 제1,2공장, 원단을 생산하는 제3공장 그리고 타월을 제조하는 제4공장, 솜을 빠는 곳으로 구성돼 있다. 보통 완제품가운데 A, B등급은 수출용, C등급은 내수용으로 공급한다.
제1공장에 들어서면 혼타→소면→연조→조방→정방→권사등 6단계로 이어진 공정이 한치도 차질없이 착착 돌아가고 있으며 공장내 3백48대의 직기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울리며 천을 짜기 위한 실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운영을 맡고 있는 김경연 이사는 『수단내 14∼15개 방직공장중 대부분이 자금과 기술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지만 1백% 가동중인 공장은 이곳뿐』이라며 『수단정부가 우리회사를 수출우선산업으로 지정, 면화배정 우선권을 주고 관세면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단전체의 방적시설은 50만추에 달하는데 가동률은 평균 30∼40%내외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NCTC는 현지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20∼25달러로 다른회사보다 20% 정도 많다. 또 하루 3끼식사를 제공하고 있어 민생고 해결을 최대과제로 삼고 있는 수단인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이밖에 의료비보조와 함께 통근버스를 운영하는등 근로자의 복지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
3년 근무경력의 작업총반장 유십 하메트씨(38)는 『8시간 근무를 압축적으로 해서 생산성이 수단내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회사에서 베푸는 각종 혜택덕분에 이직률은 4%에 불과하며 본인이 원해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자랑했다.
회사운영에 큰 어려움의 하나는 수단인들의 게으름과 무책임. 수단인들은 아랍어로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인샬라」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회사측에서 어떤 일을 시켰을 경우 자신이 일을 하고 못하고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신의 손에 달렸다며 책임을 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우는 이회사를 인수한 이후 조경과 건물 개보수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작업환경이 수단내 최고수준이다. 이공장은 대우 특유의 기업정신으로 경영 1차년도인 94년 70% 이상의 가동률을 올림으로써 수단정부와 경제계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공장설립 불과 3년만에 수단경제의 구심점으로 부각한 것이다.
수단에서의 대우그룹의 위치는 막강하다. 김우중 회장에 대한 예우는 국가원수급에 준한다. 김 회장이 수단에 입국하면 대통령 경호실요원들이 직접 나와 공항 귀빈실에서부터 호텔까지 경호를 맡으며 경찰사이드카가 김 회장이 탄 리무진 승용차를 호위한다.
또 공장근로자들 사이에 김 회장의 명성도 국내못지않다. 보통 1년에 한번 공장에 들르는 날이면 현지인들이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않은채 공장앞에 두줄로 도열해서 김 회장이 들어서면 박수로 맞는다고 한다.
법인대표인 최중인 전무는 『현지인들의 한국화를 위해 10월초부터 하루 1시간씩 한국어강좌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수 있어 일종의 투자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우 수단 진출 현황
●78년 무역지사 설립 기초 닦기
(주)대우는 지난 78년 8월 수단에 무역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한달뒤 타이어회사를 세우고 80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면서 투자를 본격화했다.
현재 (주)대우 수단법인은 타이어공장(ITMD), 방적공장(NIC·NCIC), 피혁공장(GTC), 의약품제조회사(GMC) 등 5개의 제조업체와 팔래스호텔(PIC), 건설회사(NCCC), 중장비리스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총투자액은 2억달러, 연간 매출규모가 1억달러에 달하며 근로자만도 5천5백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수단내 최대규모의 기업집단이다.
NIC(Nile International Corporation)는 포트수단에 위치한 방적공장이다. 70년대 후반 동독이 공장을 건설했으나 전력난으로 20여년간 가동하지 못하던 것을 대우가 93년 9월 3천만달러에 인수, 1년동안 걸친 개보수공사와 자가발전소 건설공사를 거쳐 95년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생산능력은 정방 6만1천추이고 연간 7천톤의 원사를 생산하며 80∼90%는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직원수는 한국인 9명과 중국인 85명 등 모두 1천9백여명.
●현재 공장 5곳 등 2억달러 투자
피혁공장인 GTC(Gezira Tannery Corporation)는 카툼에서 2백㎞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양가죽과 소가죽을 가공 처리해 중간재형태로 판매하는 수단내 5개 무두질 공장의 하나다. 94년 5월 수단정부와의 합작투자방식으로 인수하여 개보수공사를 마치고 정상가동하고 있다. 현재 수단내 대우공장중에서 가장 알찬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루에 양피 2천5백매, 우피 5백매를 처리하는 규모다. 한국인 3명과 현지인 2백여명이 제작을 맡고 있으며 항상 일정수준의 품질 분류기준을 지켜 유럽바이어들로부터 수단내 최고품질의 공급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근로자 5,500명·년 매출 1억불
의약회사인 GMC(General Medicine Corporation)는 우리나라의 신풍제약 및 현지인과 합작투자하여 94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나일강에 번식하고 있는 디스토마 일종의 기생충을 박멸하는 구충제와 항생제를 생산함으로써 수단의 보건에 기여하고 있다.
고급호텔인 PIC(Palace International Corporation)는 70년대 후반 대우가 수단에 건설했던 영빈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92년에 수단정부와의 합작방식으로 인수하여 지난 5월부터 영업에 들어갔는데 기대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객실 60여실과 양식당, 헬스클럽,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완비하고 있으며 나일강을 내려다보고 있어 카툼의 명소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건설회사인 NCCC(Nile Corporation―Construction Corporation)와 리비아 등지에서 쓰이던 중장비를 옮겨온 중장비리스회사도 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뷰/최중인 수단법인대표/값싼 인력 풍부한 자원 “중북부 아주공략 전초 기지 최적”
(주)대우 수단법인 대표인 최중인 전무는 수단내 최대규모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경제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전무는 수단내 5개의 제조업체와 호텔, 건설회사, 중장비리스회사를 모두 관장하고 있다.
―대우의 수단진출 배경은.
▲수단은 북아프리카교역의 중심지일뿐만 아니라 자원이 풍부하고 땅도 넓다. 사람들의 성격도 순종적이어서 다루기에 편하다. 또 김우중 회장이 우리나라가 못살던 지난 시절과 흡사하다며 각별하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수단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외국의 원조없이는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89년 등장한 바시르정권이 회교원리주의를 받아들이고 걸프전당시 이라크를 지원한데다 93년 미국이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 서방의 원조가 중단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몇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2년부터 국영기업체 민영화, 외국투자 유치등 경제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나 서방국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태다.
―사업을 하는데 애로사항은.
▲기후, 인력, 통신시설, 도로, 항만등 모든 조건이 사업을 꾸려나가기에 악조건이다. 게다가 통화가 불안정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초 1달러당 9백파운드였던 환율이 현재는 2천을 넘어섰다. 그러나 값싼 인건비와 천연자원으로 커버하고 있다.
―수단에서의 대우의 역할은.
▲경제활성화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필품공급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수단정부는 서방기업들이 대부분 철수했기 때문에 대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단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농업개발위원회등 각종 위원회에 멤버로 가담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전망은.
▲수단은 현재 내전이 진행되고 있어 경제가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3∼4년후면 내전은 종식될 것이고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수단은 대우가 인근지역으로 진출하는데 거점역할을 할 것이다. 중북부아프리카는 전망이 매우 밝은 곳이다. 자연도 풍부하고 인구가 많아 시장이 예상외로 넓은 편이다.<카툼=연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