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상생협력 나눠야 커진다] 삼성

삼성전자, 최대 1조원 규모 '협력사 지원펀드' 만들어<br>기술 우수 협력사엔 전폭 지원<br>주요 원자재 직접구매해 제공도<br>'협력사 경영자문단'도 운영

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개최한 '혁신기술기업협의회' 보유기술 전시·설명회에서 최지성(왼쪽) 삼성전자 대표가 전시 기술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그룹은 선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상생'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아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말한 것으로 잘 알려진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당시에도 협력사와의 상생이 강조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이 화두로 떠오르자 삼성은 그룹 차원의 일괄적인 상생방안을 내놓기 보다는 각 계열사별 상황에 맞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기로 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삼성은 오랜 기간 꾸준히 상생방안을 모색해왔다"면서 "삼성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건강하게 구축되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상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발표한 '상생경영 실천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본격화한 상생활동을 기본부터 철저히 점검해 협력사 동반성장을 견인할 '7대 실천방안'을 수립했다. 이 방안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2ㆍ3차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1차 협력사에 '전방위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최대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를 신설해 1차는 물론 2ㆍ3차 협력사에도 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이다. 또 2ㆍ3차 협력사 가운데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1차 협력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1차 협력사가 되면 현금 결제가 가능해지며 대외 신인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했던 교육ㆍ경영컨설팅 등을 2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협력사들과 공동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특히 삼성전자와 거래규모가 연간 30억원 이상이면서 기술ㆍ품질ㆍ경영 인프라 등이 우수한 협력사를 '베스트 컴퍼니(Best Company)'로 선정,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도'도 도입했다. 대량 구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의 납품 단가 인하를 유도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완성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그동안 진행해 온 '협성회(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와 '혁기회(혁신기술기업협의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혁기회는 삼성전자와의 거래유무와 관계없이 우수 기술을 지닌 기업에 대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협력사에는 사업 확대 및 신사업 활성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지난해 8월 발족했다. 그간 총 24개 기업과 29건의 과제를 선정해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7개 과제는 완료돼 연간 2,000억원 수준의 협력사 매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루멘스, 디앤씨엔지니어링 등 6개 기업은 혁기회 가입 이후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인 협성회의 운영방식을 지난해 전면 개편, 협력사가 혁신의 주체가 되도록 혁신분과를 신설해 혁신과제를 직접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이에 필요한 혁신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협력업체에 전수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삼성전자 출신 전문 임원으로 구성된 '협력사 경영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박종서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전무)은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상호 경쟁력을 바탕으로 윈윈을 통해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전기- '상생아카데미'서 협력사 임직원 교육
SDI- 협력사 평가에 환경·사회부문도 포함
SMD- '협력과제' 비거래 회사에도 개방
■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들도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도입해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04년부터 협력회사 지원 육성 전담 조직을 신설해 지금까지 30개 협력사의 신기술ㆍ신공법 개발, 생산능력 증설, 공정개선 등을 위해 217억원의 자금을 지원했고, 167개 협력사에 평균 3개월 이상 전문 컨설팅 인력을 파견해 경영 개선 지원을 도왔다. 또 총 480개 협력사의 녹색성장 체계, IT정보화(ERP), 생산경영시스템(PMS) 구축을 위한 컨설팅 및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노하우도 전수했다. 특히 협력사와의 폭 넓은 '기술 협업'과 협력사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인 '상생아카데미'를 실시하며 상생활동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또 상생협력 우수 사례를 공유, 전파하기 위해 매년 '윈윈활동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중소기업청과 200억원 규모의 협력사 R&D 협력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협력사 평가에 품질, 가격, 납기 뿐만 아니라 환경ㆍ사회부문의 평가 결과를 반영해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종합 평가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가치를 함께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SDI의 상생협력TF는 올해 대중소 저탄소그린파트너십 확산 사업 등 녹색경영 및 사회적 책임경영을 위한 활동을 더욱 강화한다. 지난 2월 원료, 소재, 부품 및 팩 등 전지사업의 전 부문의 37개 주요 참여사 임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사업설명회 및 킥오프 워크샵을 실시했으며, 사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011년까지 협력회사의 기후변화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온실가스 진단 지도 및 감축활동, 성과 시스템 구축 등 지원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SMD는 주력인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산업이 태동단계에 있는 만큼 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사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사의 기술 관련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자금 및 개발 인프라를 지원하는 '크레파스 (CrePas) 상생 협력 과제'의 문호를 올해부터는 비거래 회사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이 경우 협력사는 구매를 조건으로 개발하는 것인 만큼 향후 판로 부담이 적고 정부 국책과제으로 선정될 수도 있는 혜택을 얻게 된다. 또 SMD 입장에서도 장비 국산화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AMOLED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윈윈'이 가능해진다. SMD는 올해 '크레파스'에 참여한 기업들의 내년 매출액이 올해 보다 4배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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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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