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남아의 총체적 통화위기/오승구 삼성경제연 연구위원(기고)

○바트화 영향 확산태국 중앙은행이 지난 7월2일 환율제도를 바스켓방식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실시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야기된 바트화 폭락사태는 주변국 통화위기로 확산되며 동남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물론 태국정부는 고평가된 바트화의 가치를 시장수급에 맞게 조정하는 한편 수출촉진과 경기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바트화는 헤지펀드 등 투기꾼들의 적극적 공세에 희생되어 급격히 평가절하되었다. 외환위기 초기에 동남아 국가들의 주가지수는 평가절하로 인한 환차손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했으나 곧바로 단기 차익을 노린 매도세로 인해 급락했다. 안정적 시장으로 꼽히던 싱가포르 주식시장마저도 급락하였다. 이처럼 통화위기는 실물부문 불안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같은 통화위기는 근본적으로 동남아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다.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개발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외국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또한 성급하게 자본자유화를 실시하였다. 동남아 각국은 80년대 실물경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면적인 금융개혁을 추진했다. 이같은 금융개혁조치는 고도성장에 기여했지만 금리의 단기 급등, 통화관리의 어려움, 각종 금융 리스크의 증대 등 부작용을 야기시켰다. ○구조취약이 화근 동남아의 평가절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94년말 멕시코 페소화 폭락 때와 같이 국제외환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면서 전면적 금융공황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동남아경제는 경상수지 적자 등 일부 지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나, 외환보유액,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등 멕시코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경제기반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로 유입된 외자는 대체로 생산설비에 투자되어 있어 자금유출 속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본이 아시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더욱이 80년대 이후 일본 대기업들은 「모기업­일본, 하도급기업­동남아」의 구도로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게다가 문화수출에도 역점을 두어왔다. 기술과 실물 부문에서 이미 일본의 세력권 안에 들어있는 동남아가 이번 외환시장의 혼란을 계기로 금융면에서도 일본의 보호권 안으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동남아는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며 투자처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지 한국기업들은 이미 큰 폭의 환차손을 보고있고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기수출대금의 대금지불 연기는 물론 동남아경제 침체로 인한 대동남아 수출감소가 크게 우려된다. ○대일의존도 심화 이번 사태는 본격적인 자본시장을 눈앞에 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의 경제상황이 동남아 국가들보다 좋으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한국이 이와 유사한 통화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국제자본이 한국으로 유입, 원·달러 환율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핫머니의 움직임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함과 아울러 우리나라의 환율제도 운영에도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 경제 기초여건을 강화하는 것이며 아울러 경상수지 개선, 물가안정, 총수요관리 등을 통해 자국통화의 평가가 실물시장 상황과 괴리되지 않도록 관리해야만 한다. ○수출감소 대비를 마지막으로 엔·달러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아시아지역에서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통화권 구축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환율조정을 위한 통화안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겠다. 통화안정 협의체를 통해 각국 통화의 환율변동폭을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불참통화의 안정 유도에도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물론 동남아국가들의 환율제도 개선과 아울러 엔화의 정책협조 및 지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가간 경제력과 개방정도의 격차로 인해 실질적으로 유럽의 ERM과 같은 통화공동체 결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지난 3월4일 동경에서 6개국이 합의한 아태 G6 정례모임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약력 ▲56년 서울 출생 ▲서강대 독어독문학과 ▲독 괴팅겐대 경제학박사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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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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