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에 맞춰 그간 장기 호황을 누려온 미국 채권 시장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 치기 시작했다.
최근 3년 동안 미 증시가 악화일로를 거듭한 탓에 시중 유동성이 채권 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시장은 상대적인 호황을 누려 왔었다. 실제 지난 3년간 국채, 회사채 수익률은 무려 3% 포인트나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은 줄곧 초강세를 나타났다.
하지만 이라크전 발발을 계기로 상황이 뒤바뀌고 있다.
실제로 개전 이틀째인 지난 21일 미 채권시장의 대표지표격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11%로 상승, 지난 1월 13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과 2년물의 경우도 각각 5.04%, 1.79%로 상승했다.
이 같은 채권 수익률의 상승(채권 가격의 하락세)는 이라크전의 발발로 불확실성이 작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간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이라크전은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는 촉매 역할을 할 뿐이며 미 경제의 대외적인 경제여건 자체가 이미 채권시장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미 채권 시장의 약세가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선 당장 미 정부의 재정적자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미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고, 자동적으로 회사채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미 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 포기 시사로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는 사실도 빼 놓을 수 요인이다. 미 기업들이 원료구입비 상승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채권시장을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회사채 수익률이 자연 급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