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라크 주권의 조기 이양 결정을 전하면서 내년 미국 대선 이전 이라크에서의 미군정 조기 종식 가능성과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해설 기사를 통해 주권 이양 작업을 통해 이라크가 안정되면 "내년 미국 대선 이전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에 의한 이라크 통제가 종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초 내년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던 미 군정의 조기 종식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이번에 결정된 주권 이양의 가속화는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의 두 가지 전제조건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 미군의 조기 철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 내 안보 위협 증가에 따른 이 같은 미국의 정책 변화는 미군의 점차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라크인들 다수가 참여하는 정부의 구성이 빨라져 이라크 안정이 되찾아진다면 이는 결국 미군의 철수를 유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외교 안보 각료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내년 상반기 중 이라크에서 총선을 실시하고, 헌법 제정 전이라도 이라크인들이 주도하는 과도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초 내년 상반기 중 이라크 헌법을 확정하고 하반기에 정부 구성 등을 위한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회의에서 브레머 행정관에게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도록 권유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문을 위한 출발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이 회의에 참석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검토됐다"고 밝혀 향후 이라크 치안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주권이양 작업이 보다 빨라질 수 있음도 시사했다.
AP통신은 무능력한 24인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위원회 내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개선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브레머 행정관은 회의 직후 "과도통치위의 제헌 일정 제출 마감일인 12월 15일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매우 긴박한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AFP 통신도 "부시 대통령이 브레머 행정관에게 이라크인에게 주권을 이양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이라크 전략을 발전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라크인들이 그들의 나라를 통치하는데 더 많이 참여하고, 더 많은 책임을 떠맡게 되기를 바란다"며 조속한 주권 이양 방침을 밝혔다.
회의에서는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의 미 중앙정보국(CIA) 현지 보고서가 보고돼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