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난달 은행 대출금과 기업어음 상환을 통해 빚을 12조원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12월중 2조원 증가해 전월보다 증가세가 소폭 확대됐지만 연중 증가규모는 30조원으로 전년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03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직ㆍ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12조2,000억원 감소해 1년 전의 8조5,000억원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2월의 13조3,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특히 기업의 은행대출은 8조8,000억원 감소, 외환위기 후 가장 많이 줄었다.
안희욱 통화금융팀 차장은 “지난달 수출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면서 기업들이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한도성대출을 대거 상환한 데다 은행들도 연말을 맞아 고정이하여신 및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 및 대손상각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8조6,000억원이 증가해 2002년의 29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항목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2조9,000억원)
▲회사채 순발행(-3조9,000억원)
▲CP 순발행(-2조3천억원) 등이 모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대출만 35조원 늘었다.
12월중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면서 2조원 증가해 전월의 1조6,000억원보다 증가세가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로 인해 1년 전의 61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30조6,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 규모가 월 평균 5조원에서 2조원 대로 크게 둔화된 것이다.
한편 은행 수신은 12월중 기업의 연말 차입금 상환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5조원 감소했고, 투신사 수신은 법인들의 연말 자금인출 등으로 4조7,000억원 줄었다. 다만 머니마켓펀드(MMF)는 대규모 환매가 진정되면서 1조4,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