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채권단회의 「최후통첩」(기류)

◎정부­채권단­기아 “책임 떠넘기기”/멍드는 경제외면 감정대응만/기아 자금지원없이 얼마나 버틸지에 관심채권단이 정부의 강권에 떠밀려 화의보다는 법정관리로 돌아섰다. 그것도 최종결정을 오는 10월6일로 미루면서 책임을 기아측에 떠넘겼다. 이에 대해 기아는 화의가 최선이라며 즉각 반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 기아 모두가 감정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책임을 회피, 앞으로 경제는 더 멍이 들고 국민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정부는 기아사태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채권단과 기아에 떠넘기고 있다. 채권단은 기아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허약하다. 당사자인 기아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치·사회적 판단에 의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결론은 계속 「유보」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화의보다는 법정관리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결정을 기아측에 떠넘긴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자신들도 살아나기가 힘들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도저히 결산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4조원을 빌려준 종금사들은 이자를 받지 못할 경우 당장 살아가기조차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당초 기아의 화의신청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채권단이 법정관리로 태도를 바꾼데는 정부의 강경한 의지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당초 채무가 20년 동결되는 법정관리보다는 5∼7년 동결되는 화의가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당국자의 계속된 으름장에 사실상 굴복하고 말았다. 여하튼 이제 공은 기아쪽으로 넘어갔지만 사태는 점점 더 꼬이고 있다. 기아가 스스로 법정관리를 선택키란 기대하기 어렵다. 기아가 채권단의 추가지원없이 그룹을 회생시킬 가능성도 희박하다. 절충점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는 채권단의 당초 방침대로 기아자동차의 채무와 지급보증을 유예, 다른 계열사를 처분하고 기아자동차만 살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기아측의 대응을 보면 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아노조는 당장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억지」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 파장이 워낙 커 정부가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채권단이 최종시한으로 선택한 10월6일까지 기아가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느냐도 관심사다. 채권단이 기아자동차의 화의에 일단 동의했기때문에 법원은 부도유예협약이 종료되는 29일 이전에 기아자동차에 대한 재산보전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여 기존의 채권·채무는 동결된다. 10월6일 이후에도 이 처분은 유효하기때문에 기아가 채권단의 추가자금지원없이 버틴다면 당장 부도는 모면할 수 있다. 결국 기아의 처리시기는 기아가 추가자금지원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김준수 기자> ◎정부 반응/공은 기아로… 파업엔 강경대응 재정경제원은 채권금융단의 결정을 「기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신청 권유」로 해석하고 있다. 재경원은 이같은 권유에 따라 공은 기아그룹에 넘어간 것으로 평가했다. 기아경영진이 기존 경영진보호에 유리한 화의와 회사갱생에 유리한 법정관리중 택일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재경원은 그러나 기아경영진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는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경원의 이같은 반응은 채권금융단의 결정이 기본적으로 재경원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금융단이 법정관리권유논리인 『화의제도는 현경영진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추가자금지원이 어려워 회사의 정상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법정관리는 추가자금지원이 가능해 회사갱생에 유리하다』는 내용은 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입장과 완전히 일치한다. 한편 재경원은 자금지원 등을 요구하며 오는 29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키로 한 기아자동차노조의 결의에 『자신들의 경영잘못으로 인한 어려움을 정부와 채권금융단이 국민부담으로 해결해 주지않는다며 불법파업을 벌이는 행위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최창환 기자> ◎종금 반응/불만 많지만 수용 할수밖에… 종금업계는 기아관련 채권금융단이 기아에 대해 화의보다는 법정관리쪽에 손을 들어준데 대해 당장 종금사들의 사정이 어렵겠지만 기아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일부 종금사는 『우리도 같이 망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종금사들은 채권금융단회의 전에 종금협회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기아처리문제와 관련해 화의조건을 수정할 경우 화의에 동의한다는 「조건부 화의동의」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채권금융단회의에서 은행들이 화의의 경우 추가자금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관리밖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 한 종금사 사장은 『종금사 입장에서는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 법정관리보다는 화의를 선호하지만 은행들의 추가자금지원이 없을 경우 기아의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며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당장 일부 종금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제3자 인수가 추진될 경우 오히려 법정관리가 근본적인 기아사태의 해결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김상석 기자> ◎기아 반응/“최악의 시나리오” 당혹·우려 ○…채권단의 결정내용에 대해 기아그룹은 공식적인 반응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과 함께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의 한 경영자는 『채권단의 결정은 다음달 6일까지 법정관리 신청방침을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 이번 사태에 대한 그룹의 공식창구인 경영혁신단 엄성룡이사는 『채권단으로부터 회의결과에 대해 정식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고 전제한 뒤 『오는 29일 채권단 전체회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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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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