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국의 미필적 고의?『너무 지나친 것 아닙니까.』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유엔총회 참석이 아메리칸 에어라인(AA)측의 과도한 몸수색때문에 취소된 데 대해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즉각적으로 이같이 반문했다.
金위원장은 북한 국가수반으로서는 최초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의 밀레니엄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4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AA가 金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에 대해 7개 불량국가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몸수색을 했고 이에 대한 항의로 북한 대표단은 일정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남북한 국가수반이 전세계 정상이 모이는 밀레니엄 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후속대책을 논의함으로써 전세계에 한반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이해하기 힘든 사소한(?)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반응은 항공사의 사소한 절차상 문제로 야기된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사태의 전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까지는 민감한 반응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외교부 고위관리의 일차적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이 사건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북한간의 관계 진전에 대한 미국의, 최소한 미국 내 강경파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의미심장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건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AA측 주장대로 7개 불량국가 중 하나인 북한의 국가수반의 일거수 일투족을 미국 대사관 및 정보기관이 놓칠리 만무하다. 더구나 이번 金위원장의 일정은 밀레니엄 정상회담 참석을 위한 것으로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金위원장 일행이 공항에서 겪은 곤욕을 애써 모른체 했을 미국 정부 및 정보기관의 모습이 연상되는 게 지나친 상상일까.
미 정부 주장대로 항공사의 절차상 문제로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반도 문제가 남북한 당사자만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복잡한 국제세력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깨지기 쉬운 유리잔」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일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이세정 뉴욕특파원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9/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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