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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물론 서울 근교의 스키장까지 모두 개장하면서 겨울 스포츠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얀 설원을 빠른 스피드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스키와 스노보드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겨울 스포츠는 주는 즐거움이 큰 만큼 부상의 우려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실제로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1만2,000명 이상이 스키나 보드를 타다가 부상을 당하고 있으며 이 중 다리 부상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국내에서 스키 부상은 1,000명당 6.4명, 스노보드 부상은 1,000명당 8~16명으로 보고돼 스키보다 스노보드를 타다가 부상을 입는 사례가 더 많은 편이다. 또 한국스키교육연구회 조사에 의하면 상급 코스에서 발생한 사고의 30%는 초급자, 38%는 중급자였으며 중급코스 사고 중 43%는 초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력에 맞지 않는 코스 선택이 결국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셈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부상 부위도 다르다. 스키 탈 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무릎이다.
오주한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충돌할 때 부츠와 스키를 고정하는 바인딩이 풀리지 않을 경우 충격이 무릎에 집중되면서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흔히 발생한다"며 "스노보드는 발이 자유롭지 않아 팔을 뻗은 채 뒤로 넘어지면서 어깨와 팔, 손목과 같은 상반신의 손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상의 형태도 스키는 뒤틀림에 의해 무릎의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염좌가 많고 스노보드는 충격에 의한 골절이나 타박상이 많다.
골절은 주로 손목과 쇄골에 흔히 발생하고 넘어지면서 어깨 골절과 탈구, 회전근 개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리한 점프도 부상의 큰 원인이다. 이는 머리나 척추의 손상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스키보다는 스노보드가 머리와 척추 손상과 골절 빈도가 더 높다.
황보현 은평힘찬병원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스키장에서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부상을 당한 후 함부로 움직이거나 환부를 건드리지 말고 부목으로 고정해 빨리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겨울 스포츠로 인한 부상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철저한 스트레칭이다. 추운 날씨로 근육과 인대가 평소보다 더 굳어져 있어 목과 허리, 어깨에 무리를 주게 되고 약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스키나 보드를 타기 전에 약 15분 정도 간단한 체조나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약간의 땀을 흘려주는 것도 좋다. 김기옥 모커리한방병원 원장은 "움츠리기 쉬운 겨울철에 스키나 스노보드는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자칫 부상으로 인한 목과 허리 디스크 등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겨울철에 하는 운동은 추운 날씨로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가 평소보다 더 굳어져 있기 때문에 충분한 스트레칭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평소 목과 허리 통증을 겪는 사람의 경우 척추기립근과 같은 척추 근육이 약해져 있는 상태인 만큼 스키와 보드를 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슬로프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하고 헬멧, 손목·무릎 보호대 등 안전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초보자가 슬로프에서 부상당할 확률은 경험자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초보자는 안전수칙 이외에 넘어지는 방법을 완전히 익힐 필요가 있다. 넘어지는 것만 잘해도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질 때에는 손에서 폴을 놔버려야 한다. 폴을 쥔 채 넘어지면 폴의 끈이 손가락을 휘감아 손가락 인대가 손상될 수 있다. 두 팔은 앞으로 뻗고 다리를 자연스럽게 모아 옆으로 비스듬하게 넘어져야 한다.
스노보드는 균형을 잃었다면 넘어지지 않으려 버티지 말고 체중을 엉덩이 쪽으로 이동해 서서히 주저앉아야 한다. 이때 손을 땅을 짚지 않고 가슴에 모으는 것이 좋다. 넘어져서 일어날 때도 손바닥으로 일어나게 되면 손목 인대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먹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앞으로 넘어지는 경우 무릎을 구부려 몸을 조금 웅크린 자세로 얼굴을 들고 전방으로 슬라이딩되도록 몸을 펴고 넘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는 빠른 응급 처치가 중요하다. 부상이 발생하면 함부로 부상 부위를 만지거나 흔들지 말고 부목이나 보조 도구로 고정한 뒤 신속히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겨울 속 도심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는 스케이팅을 꼽을 수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활약으로 최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케이팅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섣불리 피겨 여왕을 따라 하다간 각종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스케이트장의 빙판은 설원과 달리 매우 단단해 넘어지면 멍드는 것은 물론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스케이트장에서는 엉덩방아를 자주 찧게 되므로 엉덩이 부근 고관절 부상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관절이 골절되는 경우 수술을 하거나 움직이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누워 지낼 수도 있는 만큼 스케이팅 초보자들은 사전에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케이트화가 잘 맞지 않거나 실수로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리는 경우도 많다. 이때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입는 발목 염좌가 발생한다.
윤지열 창원힘찬병원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고관절 골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내버려두면 치유가 어렵고 수술 후 오랜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며 "발목을 삐었을 때는 활동이 불편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종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부상 즉시 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발목을 고정하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