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양면전략에 국제질서 새판짜기

중앙亞·슬람권 둘러싼 역할구도 변화 급속진행중·러 실리챙기기 골몰…日선 군사대국화 움직임 "미 테러공격 이후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와 비견할만한 지정학적 판도변화의 상황앞에 서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의 최근 논평이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가 국제 정세에 새 판짜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피해 당사국인 미국의 이니셔티브로 야기된 이 같은 움직임에 러시아가 실리와 명분 챙기기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도 자국의 득실 계산에 여념이 없다. 우방으로서의 '협력'을 앞세운 일본의 군사 역할 확대 움직임을 미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아시아의 세력 판도 조정의 차원으로 보도했으며 이슬람권 내부도 대미 강온파들간 입장차이가 지역 역학 구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의 단초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외교 패턴의 '전환기적 변화'다. 미국이 민간이 희생된 테러에 대한 세계적 반(反)정서에 편승, 중국은 물론 쿠바ㆍ이란까지 포함하는 대테러 동맹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 모티브다. 강경하게, 한편으론 전례없는 양보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러시아와 인도ㆍ파키스탄까지도 자의반 타의반 동참하면서 세계 질서의 재편은 이제 서막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ㆍ중국의 실리 챙기기=급변하는 정세속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가 당초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 지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은 한마디로 실리와 명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러시아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하는 대신 체첸전(戰)에 대한 서방측의 묵인과 중앙아시아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및 주변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 및 확대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긴밀화도 꾀하고 있다. 명분과 실리 챙기기 측면에서 중국도 큰 차이가 없다. 겉으로는 미국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뒷마당격인 중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세력 확대는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속내다. 이슬람 세력과의 묵시적 연대를 미국 견제용 카드로 써온 정황이 있는 중국은 최근 사태를 티벳과 타이완 문제와도 연계, 미국을 상대로 보이지 않는 흥정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앙 아시아 이슬람 세력권을 둘러싼 미-중-러 3각 역학 구도의 재편은 이 같은 상황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시 그려질 중앙아시아ㆍ중동의 세력 지도=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번 기회를 과거 핵실험으로 인해 자신들에게 취해진 정치ㆍ경제적 제재조치를 끝내는데 이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도에 기울고 있는 노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 질 것이란 분석도 관심가는 부분다. 전문가들은 항구적인 지정학적 구도 재편은 이번 위기가 중앙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이슬람권의 정서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만 펼 경우 자칫 이슬람권 전체의 반미 결속만 부채질, 세계 전체를 전쟁과 테러의 악순환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은 이번 테러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중동 협상 중재에 열을 올리고 북대서양 조약기구 확장, 발칸 반도 철군, 탄도탄요격미사일 협정 탈퇴 등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한층 신경을 쓸 전망이다. 10년전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이 주도한 국제 동맹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몰아냈으며 그 위세로 당시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천명했다. 그러나 10년후인 지금 테러 추방을 앞세운 미국 주도의 또 다른 국제 질서 재편 시도가 어떤 모양새로 세계 지도상에 나타날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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