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축옥사는 조작" 史實을 뒤엎다

■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br>신정일 지음, 다산초당 펴냄


'역사는 늘 승자의 편에서 쓰여진다.'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조선을 뒤흔든 역모 사건 '기축옥사(己丑獄事)' 가 조광조에게 누명을 씌운 기묘사화(己卯士禍)처럼 조작된 사건이라며 운을 뗀다. 기축옥사는 홍문관 수찬(궁중 경서 보관 및 왕의 자문을 맡는 관리) 정여립이 역모 사건을 주도했다는 고발이 접수돼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1,000여 명의 선비가 희생된 사건이다. 기축옥사는 사건 이후 정여립의 고향인 전라도를 '반역자의 고향'으로 치부해 이 지역 출신들의 등용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반향이 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서(史書)에서 정여립은 잔인하고 기회주의적인 인물로 묘사돼 있다. 정여립은 자신을 홍문관 수찬직에 천거했던 율곡 이이가 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연하게 이이를 폄하하는 등 배은망덕한 이로 기록돼있다. 또, 그는 승진이 좌천되자 벼슬을 사직한 뒤 건달ㆍ무뢰배 등 시정잡배들을 끌어 모아 역성혁명을 준비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저자는 이 중 상당 부분이 기축옥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분일 것으로 추정한다. 정여립은 시서에 능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호탕한 기개를 가진 지도자의 용모를 지녔다는 게 저자의 평가. 그가 지역민들을 규합해 조직했다는 '대동계'에 대해서도 허약한 국가 방위체제를 보완하는 지역 수호 조직으로 역성 혁명을 위한 시정잡배들의 사조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우호적인 판단을 내린다. 책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기축옥사'를 각종 사서와 자료를 바탕으로 뒤집어 재구성했다. 정여립을 조선의 부국강병을 이끌 올리버 크롬웰 같은 호국경으로 판단한 부분과 더불어 정여립을 치켜세우기 위해 율곡 이이를 깎아 내렸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분명 역사적 논란을 안고 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아는 사실(史實)이 과연 사실(事實)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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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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