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스케줄을 확인하러 달력을 쳐다보다가 한곳에 눈이 멈췄다. '입추?' "이거 9월 달력인가?"싶어 다시 한번 살펴보지만 틀림없는 8월 달력이다. "아! 입추가 바로 내일이구나."
스물넷 절기를 만든 우리 조상들은 계절을 오감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지섣달 엄동설한에 땅속에서 꼼지락거리는 봄의 기운을 느끼고 입춘(음력 12월23일)을 정하듯이, 말복도 지나기 전인 염천 8월에 벌써 기우는 햇볕을 느끼고 입추(음력 6월30일)를 둔 것이다.
우리는 통계를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 주는 기록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야말로 통계의 존재 의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통계의 또 하나 기능은 그 진단을 바탕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일이다.
모든 통계는 '시계열'을 유지한다. 즉 예전과 지금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은 조건으로 통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조건이 같다면 앞으로 어떤 상태가 될 것이다'라고 가늠하는 것이다.
매월 말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현상을 볼 수 있는 '산업활동 동향'이 발표된다. 이때 발표하는 여러 가지 지표 중에는 '경기선행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는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미리 짐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통계이다.
통계의 이러한 장래 예측기능은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다. 그래서 통계청에서는 '통계를 알면 미래가 보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한다.
백화점 매장에는 벌써 여름옷이 창고세일로 밀려가고 가을 옷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패션쇼는 이보다 더해서 겨울용 모피코트가 주요 아이템으로 나오고 있다. 계절을 앞서 사는 사람들이다.
가을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부터 이 찌는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 하다. 올 가을을 위하여 가벼운 시집이라도 한 권 마련해야 겠다. 아! 가을이라..
/오종남<통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