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새누리당 쇄신은 꼬리 자르기

지난 2011년 12월9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발생한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 거부) 사건이 사퇴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홍 전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부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저를)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디도스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공천헌금 사태가 터졌다. 현영희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다른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까지 파문이 어디로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앞다퉈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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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도스 사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응은 사뭇 다르다. 디도스 사건 때는 당내 곳곳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홍 전 대표가 서운해하면서도 끝내 사퇴 결심을 내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황우여 대표는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금품 수수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당이 책임져야 할 경우"에 사퇴하겠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당시 총선 공천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에 대해서는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다.

한달 여 전 새누리당 당원 명부 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새누리당은 당직자 개인의 비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번에도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을 제명시킴으로써 당이 책임져야 할 영역에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책임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연루됐는데 단순히 개인의 부정부패로 치부할 수 있을까.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개개인을 잘라낸 후 다시 쇄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까. 새누리당의 쇄신이 여전히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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