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일달러 어디 쓸까" 러시아 '즐거운 고민'

관련부서별로 사용처싸고 입장 첨예대립

러시아가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를 어떻게 쓸지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관련부서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는 올해 초 갑작스러운 유가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안정화기금을 조성했는데 이 기금은 유가상승에 힘입어 올해 말까지 5,740억루블(19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규모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8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석유안정화기금은 내년 240억달러, 오는 2010년 880억달러, 2020년엔 2,37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석유안정화기금의 대부분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 자금의 사용처를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빅토르 흐리스텐코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이 자금을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을 연결하는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고, 게르만 그레프 경제장관은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철도 등 교통망 확충에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러시아 재무부는 오일달러로 직접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외채상환이나 연금지급 등에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석유안정화기금의 제한적이고 보수적인 사용을 주장하는 재무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경제안정을 위해 오일달러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일달러가 시중에 풀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루블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유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오일달러보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도 이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석유안정화기금을 신무기 도입이나 농업, 문화지원, 수력발전소 건설 등에 사용하자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체 예산 중 절반에 가까운 344억달러 가량을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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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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