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펀드 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화두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그 동안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쏠렸던 투자 자산이 점차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흘러 드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안정적인 수익 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증시는 연초 이후 50% 가까이 치솟았고, 미국 증시도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선진국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들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 투자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나는 등 해외 증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것 같은 선진국 증시는 부담스러운 수준 아닐까. 이머징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글로벌 유동성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약세장이 이어지는 건 아닐까.
투자자들의 이런 고민에 전문가들은 여전히 해외주식형 펀드의 매력은 높다고 말한다. 그레이트 로테이션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펀드 리모델링' 전략을 알아본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는 선진국의 약진이 유난히 돋보였다.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지수에 해당하는 MSCI ACWI(all country world index free)는 16.9% 올랐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며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위험자산별로 선호가 갈리면서 선진국 증시의 강세가 뚜렷했고, 신흥국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5.17%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에 따른 차별화가 크게 나타났다. 북미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같은 기간 29.41%에 달하는 높은 성과를 보인 반면 중남미주식은 -16.14%의 수익률에 그쳐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유럽주식(18.75%)과 일본이 포함된 아시아퍼시픽주식(10.41%)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신흥국주식(-0.50%), 신흥유럽주식(3.29%)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개별 펀드별로는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해외주식형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권에 일본 관련 펀드들이 대거 포진했다. '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A'(49.87%), '하나UBS일본배당증권투자신탁1(주식)'(49.74%),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1(주식)A'(44.47%), '신한BNPP Tops일본대표기업증권자투자신탁1(H)(주식)종류A1'(43.55%) 등이 대표적이다.
그 뒤를 이어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직판F'(35.70%),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증권투자신탁1(주식)A'(34.77%),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종류형A'(34.43%) 등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선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지속되며 내년에도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평가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슈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의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 증시 호조 분위기가 신흥국가 등으로 전반적으로 확산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신흥국까지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도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시장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자산의 리모델링에서 해외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 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시기적으로 상반기에는 선진국에 집중하고, 하반기에 경기 회복세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확인되면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 유망지역으로 여전히 선진국의 전망이 밝다"며 "테이퍼링 이슈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고, 실물경기 회복이 진행되면서 근본적인 경제 체질도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이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간 데 이어 추가적인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긍정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검토하고 있다. 예치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늘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연구원은 "다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테이퍼링이 완급조절을 하며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위험자산 선호가 신흥국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외수지나 실물경기 등 경제 기초체력에 따른 투자 매력도에 있어 우위에 있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유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신영증권은 이익과 가격모멘텀, 밸류에이션 등 크게 3가지 지표를 통해 국가별 투자 매력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선진국 중에서는 호주와 캐나다, 일본, 미국 순서로 매력도가 높았다. 신흥국은 브라질, 중국, 남아공, 폴란드, 러시아, 인도 순이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와 경제 기초체력, 테이퍼링 이슈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다만 한국이나 중국이 지난 7월 보였던 것처럼 글로벌 증시 대비 40% 가까운 저평가 상태가 부각되거나 내년 미국 테이퍼링 이후 선진국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 펀드 순자산 7000억 안정적 김종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