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로스쿨, 밥그릇 싸움 안된다

조희제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로스쿨, 밥그릇 싸움 안된다 조희제 로스쿨 정원 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지난 21일 공개한 로스쿨 도입방안 시안이 법조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물밑에서 대비만 해오던 교육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개추위 시안은 정원 수를 확정짓지 않았지만 대략 1,200명선으로 추산된다. 로스쿨 허가 대학 수를 8~10개로 제한하고 로스쿨별 입학정원을 150명 이내로 잠정적으로 정했으니 역산하면 그 정도의 인원이 나온다. 예상되는 로스쿨 총인원 수는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수보다 조금 많지만 변호사시험 합격률(로스쿨 정원의 80%선)을 감안하면 신규 법조인 수는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는 법조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법조계는 로스쿨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해왔다. 대한변협 등 법조계는 ▦교육질의 저하 ▦국제경쟁력 강화에 배치 ▦국민의 법률비용 부담 증가 ▦로스쿨의 학원화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사개추위 시안이 발표되자 대학들이 난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로스쿨 유치가 지역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유치경쟁은 대학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간 경쟁으로 치달을게 분명해지고 있다. 대학들의 주장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인원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안보다 로스쿨 인원이 훨씬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2,000명은 돼야 하고 3,000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학측 입장이다. 일부 법과대 교수는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법조계와 대학들의 주장을 한꺼풀 벗겨보면 법률업자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학이나 법조계는 모두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3자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누려왔던 고수익과 사회적 대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가능하면 수가 적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속내다. 대학은 자존심은 물론이고 법학과의 존폐가 걸린 사안이어서 로스쿨 유치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물밑 유치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대학들도 자신의 위상에 따라 로스쿨 도입에 대한 입장이 판이하다. 소위 수도권 명문대는 어떤 경우든 자신들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태연작약하지만 물밑으로는 로스쿨 유치에 필요한 교수 확보와 시설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원 수를 늘리면 '로스쿨 로또' 당첨 확률이 높은 중위권대는 로스쿨 정원 증원에 목을 매고 있다. 로또 당첨 가능성이 없는 하위권대는 로스쿨 자체를 반대한다. 로스쿨 유치가 더욱 절실한 지방대의 경우는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참여정부의 코드를 내세워 지역할당제를 주장한다. 이 같은 법률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민정부 시절인 지난 95년 로스쿨 도입이 처음 논의됐지만 이후 10년 동안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 사법개혁 구호만 요란한 채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변호사 수만 늘려놓았다. 로스쿨 실시와 관련한 논의의 초점은 로스쿨 도입이 국민과 국가에 어떤 이익과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또 교육적인 차원에서 자녀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넓어지나,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 있는 국내 법률시스템을 만들고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가 등등. 법률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에서 탈피해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높은 비용과 질 낮은 서비스라는 우리나라 법률시스템을 로스쿨 도입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경제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로펌이나 변호사들을 배출할 수 있는 법률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당위적인 측면에서 로스쿨 총인원 문제는 사법개혁의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 수나 총인원 등 모든 사안들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밥그릇 싸움 수준의 논의라면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hjcho@sed.co.kr 입력시간 : 2005-04-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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