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소니의 ‘포괄적상호특허사용계약(크로스라이선스)’은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끼리 손을 잡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윈윈 전략’을 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융합(컨버전스)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품의 표준화 및 특허 부문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그러면서도 서로 차별화된 분야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협력 속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소니, ‘밀월관계’ 어디까지=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ㆍ휴대폰 등에서, 소니는 디지털TV를 비롯한 가전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상대방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를 잘 활용할 경우 커다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 2001년 8월 차세대 메모리카드로 소니의 메모리카드를 채용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3월에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의 합작회사인 ‘S-LCD’를 설립하는 등 그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는 현재 소니와 합작으로 생산하는 LCD 7세대 1라인에 이어 2라인 역시 소니측이 원할 경우 합작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상대방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온 데 이어 이번에 완제품은 물론 부품과 장비 등으로 특허사용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경쟁사들에 비해 한층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기 색깔은 지킨다=삼성과 소니는 서로 특허를 공유하면서도 독자적인 기술과 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시켜 ‘협력 속 차별화’라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를 들어 디지털TV에 들어가는 엔진 등의 경우 서로 기술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굳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할 이유가 없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공유할 만한 기술이 많지 않다”며 “각자 독창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특정기술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LCD 역시 이미 삼성과 소니 합작사인 S-LCD에서 사실상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대상에 넣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서로 필요한 부문은 취하되 차별화된 기술력에 대해서는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한일 특허분쟁에도 변수로=두 회사의 이번 특허공유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국제 특허분쟁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손을 잡고 치고 먼저 나가는 마당에 특허싸움에 무작정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와 마쓰시타, 하이닉스반도체와 도시바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간 특허분쟁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마쓰시타간 분쟁은 일단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다. 한때 양측 정부간 무역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막후에서 대화를 통한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도시바측의 특허공세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분쟁이 타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