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험이 '폰테크'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금융 당국과 관련 업계는 뒷짐만 지고 있다. 폰테크는 새로 개통한 휴대폰을 중고로 팔거나 허위로 분실했다고 신고한 뒤 보험금을 지급받아 차익을 남기는 행위. 보험료로 월 3,000~5,000원을 내지만 보험금을 타면 수십만원을 챙길 수 있어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까지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보험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자동차보험을 능가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손해율 205%까지=31일 보험ㆍ통신업계에 따르면 A통신회사와 손잡은 한 손보사의 휴대폰 보험 손해율은 지난 1ㆍ4분기 205%를 나타냈다. 지난해 3ㆍ4분기 260%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휴대폰 보험사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에 다소 주춤해진 것이다. B통신사와 제휴한 3개 보험사의 손해율도 지난해 3ㆍ4분기 159%에서 4ㆍ4분기 134%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수입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 손보사 관계사는 "휴대폰 보험 손해율의 손익분기점은 72%가량"이라고 했다.
보험사의 손실이 커지다 보니 일부 통신사는 제휴 보험사에 일정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선량한 통신사 고객들이 피해를 떠안는 셈이다.
◇당국ㆍ업계 모럴해저드 방조 지적도=통신ㆍ보험 업계에서는 휴대폰 보험 손해율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은 주된 이유로 보험사기 등 모럴해저드를 꼽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폰테크에 나설 수 있기 때문. 검찰 수사도 조직적인 보험사기나 휴대폰 밀수에 치우쳐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휴대폰 분실 신고를 낸 개인 장롱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금융 당국도 휴대폰 보험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를 방조하고 있다. 금감원에서 휴대폰 보험을 전담하고 있는 인력은 단 1명. 그마저 통신회사에서 파견 나온 대리급이다. 지난해 9월 이후로는 휴대폰 보험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사에 나섰던 금감원은 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개선 사항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손해율 급등에도 대안이 없다고 밝힌다. 통신사는 휴대폰 보험이 형식적으로는 부가서비스 형태로 이뤄지지만 사실상 보험 상품이므로 보험사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물론 통신사들은 보험금 지급 횟수를 2~3회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번호이동 등으로 통신회사를 바꿔가면서 폰테크에 나설 경우 사전에 차단할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휴대폰 분실신고로 2회 이상 보험금을 수령한 가입자는 6,250명에 이르며 동일인이 보험금을 8회나 수령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보험금 지급 사례도 쉬쉬=최근 A통신회사는 보이스피싱 보험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에게 보험금(피해액 70%)을 지급했다.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지만 통신회사와 보험사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대포통장을 이용한 보험사기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오히려 다음달 보장한도를 현행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고 가입자 부모의 피해까지 보상해주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회사들이 부가서비스 명목으로 보험 상품을 무작정 출시해 두고서는 보험금 지급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모럴해저드를 우려하고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