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방비 증액과 재정 건전성

국방비 대폭 증액문제가 내년도 예산편성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내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2%수준으로 건의하고 GDP에 대한 국방비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 재정여건이 좋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방부가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의 17조4천억보다 무려 28% 늘어난 22조 3천억원으로 GDP의 3.2%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국방비 대폭증액문제는 고건 총리가 국방비는 GDP의 3%는 넘어야 하며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국방예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특정분야의 예산을 GDP의 몇 % 수준으로 사전에 못박는 식의 접근방식은 옳지 않다. 예산이 이런 식으로 편성되는 경우 예산편성의 기준이 되는 우선순위와 형평성 등이 무너져 예산의 효율적 운용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예산 항목별 심사와 검토를 거쳐 예산총액이 결정되어야지 특정분야에 대한 전체 예산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예산편성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국방비와 같이 특정분야 예산 규모를 경제사정과 세입 등을 감안하지 않고 미리 결정하게 될 경우 다른 부처도 이 같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예산당국의 예산 편성기능이 크게 위축될 위험이 있다. 국방비 뿐 아니라 농림 교육 과학기술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대통령의 공약 등을 내세우며 대폭적인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요구를 다 들어주다 보면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게 되어 앞으로 경제운용은 물론 건전한 경제발전이 어렵게 된다. 우리경제가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재정 건전성이다. 재정의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재정적자 때문에 경제운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데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경기회복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지만 이자율이 낮은데다 재정적자로 인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마저 상실하게 됨으로써 경제난에서 헤어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이다. 국방비가 중요하지만 예산편성의 일반원칙을 벗어나 한번에 대폭증액 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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